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전도 유망한 청년 벤처기업가가 도박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건실한 상장기업 오너의 아들로 지난 93년 미국 명문 N대학을 졸업한 허모씨(32). 그는 부친의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뒤 소프트웨어 업체를 직접 설립, 사업 초기 업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잘 나가던 허씨의 인생이 엉뚱한 방향으로 빠진 것은 지난해 12월 휴식차 들른 강원랜드에서 도박의 일종인 '바카라'에 손을 대면서부터. 이 자리에서 회사 공금 1천여만원을 순식간에 날리고 상심한 허씨는 "강원랜드보다 승률이 높아 돈을 따기 쉬운 카지노가 해외에 있다"며 접근한 필리핀의 한 호텔 카지노 고객 모집책의 꼬임에 귀가 솔깃해졌다. 올해 1월 모집책을 따라 필리핀 헤리티지호텔 카지노에 도착한 허씨는 카지노측의 의도적 져주기 등에 힘입어 미화 9천달러로 3만달러를 따 강원랜드에서 잃은 돈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카지노측의 계산된 '덫'이었다. 이에 허씨의 도박열은 달아올랐고 같은달 하순 다시 카지노를 찾은 그는 11일 만에 2백34만달러(약 29억여원)를 날렸다. 허씨의 불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가족들이 그의 도박 행각을 알아채고 강제로 귀국시켰지만 그는 이미 정상생활을 하지 못했다. 30년 이상 공들여 쌓아온 인생이 불과 몇개월 만에 무너져버린 것. 허씨는 최근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경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오다 해외 원정 도박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됐다. 현재 그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나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