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 도착하면 고급차의 대명사격인 '벤츠'를 흔히 볼 수 있다. 벤츠가 외국에서는 '부와 명예'를 상징하지만 자국민에게는 상용차로 애용되고 있다. 그러나 벤츠 등 즐비한 명품 외에 독일에 경제적 부를 안겨주는 최고 브랜드는 따로 있다.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등에서 해마다 열리는 각종 박람회가 그것이다. 독일의 박람회 역사는 13세기초 신성로마시대의 '샴페인전시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은 유럽교통의 요충지란 이점을 최대한 살려 각종 전시회를 세계 최고 브랜드로 키우고 있다. 그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다. 매년 11월 셋째주에 뒤셀도르프에서 3일간 개최되는 세계 최대 의료기기 박람회 '메디카'. 이 전시회 개최를 전후해 뒤셀도르프는 물론 인근 프랑크푸르트까지 지역경제가 들썩거린다. 우선 참가업체의 참관료 등 산술 가능한 경제적 가치만 따져보자. 이 전시회에는 전세계 의료기기 관련기업 3천6백88개 업체가 참가했다. 업체들 출품료 수입만 약 2백69억원으로 집계된다. 여기에 대회 조직위인 메세뒤셀도르프측은 올해 13만여명의 관람객을 감안할 때 약 65억원의 수입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전시회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이 수치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수준이다. "뒤셀도르프시의 세금수입 가운데 95%가 각종 전시사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또 독일 수출계약의 70% 이상이 각종 전시장에서 이뤄진다."(호스트 기제 메세뒤셀도르프 운영위원장). 한국에도 전시사업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연중 개최되는 각종 전시회 숫자를 따져보면 3백여건에 이르러 2백여건에 달하는 독일을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해외 관련업체들이 '안가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최고 브랜드의 국내 전시회가 몇개나 될까. 몇몇 유명 해외전시회의 경우 이에 출품하려면 몇년씩 기다려야 하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해마다 참가업체를 구하지 못해 관련단체에서 업체들에 압력을 넣기 일쑤다. 국내 전시사업이 내실 없는 국제화 대형화로만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뒤셀도르프=손성태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