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등록기업 3개사가 일본의 한 빠찡꼬 업체와 맺은 거액의 납품계약을 모두 파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M사 등 장외기업 3∼4개도 같은 일본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유일반도체는 19일 일본 빠찡꼬 관련기기 업체인 기화코포레이션과 맺은 1백99억원 규모의 빠찡꼬 카드 자동생성기(ACM) 공급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지난 해 6월 제조업무 위탁계약과 올 1월 정식 납품계약때 신용장(LC)개설을 통한 대금지급을 약속했으나 지난 15일까지 약속 시한을 3번이나 어겨 이같이 결정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이 회사는 이날 공시번복 사유에 해당돼 불성실공시 예고법인으로 지정됐다. 이에앞서 AP우주통신과 파이컴도 기화코포레이션에 공급키로 했던 2백억원선의 빠찡꼬 기기 사업이 중단된 것으로 밝혀졌다. 기화측이 뚜렷한 이유없이 신용장을 장기간 열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P우주통신은 지난달 증권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이 '빠징꼬 계약취소' 파동은 법정 소송으로 번질 조짐이다. 유일반도체는 제품개발에만 1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등 적잖은 피해가 예상된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중이다. 파이컴은 소송에 앞서 최고장을 기화코포레이션에 발송했다. AP우주통신도 소송을 준비중이다. 장외기업 상당수도 똑같은 형태의 사건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화코포레이션이 이같이 계약을 이행치 못하고 있는 것은 이들 신형 빠찡꼬 장비에 대한 확실한 판로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제품발주를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 주가가 이 납품건을 근거로 지난해와 올 상반기 크게 올랐다가 계약 불이행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락했다"며 "대금지불 능력 등을 꼼꼼히 살피지 않는 바람에 투자자만 큰 피해를 본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