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4일 새로운 양상의 국제 테러리즘에 유감을 표명하고 기독교 국가들에 대해 이라크전에 동참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82세의 고령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의회에서행한 연설에서 "폭력이 새롭고 두려운 양상을 띠고 있다"면서 "전세계 종교는 평화를 위한 잠재력을 보여줄 것을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미국 주도의 대이라크 전쟁과 관련, "역사적으로 기독교 믿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이탈리아와 다른 국가들은 진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갈등의논리에 의해 스스로 구속되는 것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이와 함께 젊은층의 실업문제와 날로 감소하고 있는 출생률 등에 우려를나타냈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교황은 몸의 떨림으로 일부 발음이 또렷하지 않았으나 45분간의 연설 중 박수갈채로 20차례 연설이 중단되는 등 큰 환대를 받았다. 19세기 중반 이탈리아의 통일로 교황청이 세속적인 권력을 상실하자 역대 교황들은 이탈리아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바티칸의 포로'라고 부르며 이탈리아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교황의 이번 이탈리아 의회 방문은 교황청과 이탈리아의 해묵은 갈등을치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마 AFP=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