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법 11조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런 헌법정신을 바탕으로 그동안 수없이 많은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다. 정부 수립 이후 2000년까지 여성권리와 관련해 제정 또는 개정된 법안만 2백87종이라고 할 정도다(한국여성개발원). 대표적인 것만 봐도 87년 남녀고용평등법을 시작으로 95년 여성발전기본법,97년 가정폭력방지법,99년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생겨났다. 2001년엔 여성부가 발족돼 모성보호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각종 정책을 이끌어냈다. '여성발전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국무총리 산하에 관련 장관들로 구성되는 여성정책조정회의가 신설되고, 중앙행정기관에 여성정책 책임관을 두며,주요정책 수립ㆍ시행시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성(性)영향평가제'도 도입되리라고 한다. 여성정책의 경우 부처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사전에 관련 장관들이 의논하고,시행에 앞서 여성의 눈으로 살피보게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남녀차별 문제는 법과 제도만으론 해결되기 어렵다. 그동안의 여러 정책으로 여성의 권리가 상당히 신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남녀고용평등법 시행 이후 오히려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가 늘어났다는 통계청 조사결과도 있다. 육아휴직제 또한 정규직 채용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지난 4일부터 실시된 '채용시 성별·직종·자격 표시 금지' 가 여성들에게 괜한 고생만 더 시킨다는 지적도 나오는 마당이다. 여성인력과 모성의 중요성을 이론이 아닌 피부로 느끼는 남성들이 늘지 않는 한 남녀차별 해소는 요원한 문제일 수 있다. '가장 지독한 거짓말은 침묵'이라고 하거니와 각계각층 남성들이 모른 척하지 말고 '내 딸의 경우'를 상정해 직시할 때 여성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되는 셀프리더가 되려 노력해야 함도 물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