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전문경영인이 회사의 적자 사업부를 인수해 독립시킨뒤 탄탄한 흑자기업으로 만들었다. 백화점업체인 신세계의 부사장을 지낸 정용화 주영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신세계 부사장직을 그만두고 2000년 신세계의 와이셔츠 라이선스 사업부(브랜드 입생로랑)를 인수해 주영을 설립하자 주위에선 "정신나갔다"며 뜯어말렸다. 이 사업부는 수년간 적자를 내왔기 때문이다. 와이셔츠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었다. 정 대표는 인수 직후 회사의 시스템을 고치기 시작했다. 당장 경비를 줄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종합 판매·물류관리시스템 구축에 10억원이나 쏟아부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업계에선 주영을 벤치마킹하기 시작했다. 주영은 설립 이듬해 흑자로 전환했고 경쟁업체들을 제치며 무섭게 성장했다. 분사 직전 1백89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2백40억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3백50억원대를 바라보게 됐다. 국내 와이셔츠 시장에서 매출기준으로 10위권에 머물던 주영의 '입생로랑' 제품은 최근 3위까지 뛰어올랐다. 정 대표는 "흑자전환의 비결은 판매·물류관리시스템에 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와이셔츠 판매는 박스째로 담아 각 매장에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어떤 제품이 얼마나 팔리는지를 별로 감안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 대표는 매장별 판매량을 컬러 및 스타일별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적정 물량만 매장에 공급했다. 공장에서는 판매에 필요한 제품만 만들도록 했다. 판매시점정보관리와 신속대응생산체제의 결합을 통해 재고를 줄였던 셈이다. 많이 팔리는 제품을 제때 공급하다보니 판매도 늘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매장 재고를 대대적으로 조사했고 재고 현황을 사내의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공개했다. 주영은 올해 말로 라이선스 계약이 끝나는 입생로랑 대신 새브랜드인 '찰스주르당'을 출시한다. 정 대표와 직원들은 그동안 구축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와이셔츠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