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근로기준법 개정안 심의를 보류하고 전체회의에 계류시키기로 결정함으로써 내년 7월로 잡았던 정부의 주5일 근무제 도입계획은 일단 좌절됐다. 환노위가 공청회를 열어 노사 양측의 의견조율을 시도했지만 사업장 규모별 주5일제 도입시기,연간 휴일수,주휴 유·무급화 등 주요 쟁점에 대해 하나같이 입장차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법안심의를 보류한 것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이는 쫓기듯 밀어붙인 정부의 입법추진에 적잖은 문제가 있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사 모두 반대해왔고 규제개혁위원회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음에도,정부가 일방적으로 주5일제 입법을 추진한 것이 결국 노사정간의 대립과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빚어진 혼란과 국력낭비를 생각하면 정부의 입법 강행은 한마디로 수준이하의 정책판단이었다고 질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앞으로의 문제다. 국회가 입법을 유보키로 했다고 해서 주5일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결코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노동계가 내년 봄 개별사업장 단체교섭 때 주5일제 도입을 들고 나올 게 너무도 분명하고 이에따라 산업현장에 일대 혼란이 빚어질 우려가 크다. 그러잖아도 국내외 경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 상황인데 주5일제가 쟁점이 돼 산업현장에 혼란이 빚어진다면 우리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쟁의행위를 통해서라도 주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노동계의 움직임은 결국 경제위기를 부르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노동계는 이점을 깊이 인식하고 주5일제가 제도적으로 입법이 되기 전까지 이를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주5일제를 둘러싼 갈등의 한 원인을 제공한 만큼 내년의 춘투(春鬪)가 경제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5일제를 둘러싼 갈등은 이제부터 본격화된다는 점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주5일제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안이다. 국회나 노사정위에서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주5일제가 내년 춘투의 쟁점이 돼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가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국제적 기준과 우리의 경제현실을 충실히 반영하는 주5일제를 적절한 시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노사정이 다시 한번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