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첨단기술) `버블' 붕괴로 인한 수요감소세로 전세계의 관련산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영국의 BBC 방송은 28일 인터넷판에서 `시련기'를 맞은 하이테크의 3대 주자 제록스와 휴렛 패커드(HP),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의 현황을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는 이들 세 회사의 주가는 올해 똑같이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이 때문에 이들 회사가 수만명을 감원하고 사업을 전면재편하는 등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제록스의 앤 멀케이, HP의 칼리 피오리나, 루슨트의 패트리셔 루소 등 이들 여성 CEO는 열악한 기업환경속에서 각자의 자구계획을 밀고 나가면서 비판적인 목소리들을 잠재우고 있다고 BBC는 말했다. 이들은 특히 회사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BBC는 덧붙였다. 이들 세 회사는 지금 생존을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으며 `여성 CEO 트리오'가 결국 승리를 거둘지는 시간만이 알 뿐이라고 BBC는 말했다. ◆루슨트 미 뉴저지에 본사를 둔 이 회사의 CEO 루소는 "금년은 매우 힘든 한해" 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들도 사정이 비슷하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사업에의 전력투구"라고 강조했다. 루슨트는 비용절감 및 수익성 회복을 통해 네트워킹 장비 수요 격감을 이겨내려애써왔다. 여기에는 전체 인력의 70% 감원 등 감내하기 힘든 극약처방이 뒤따랐다. 인력이 4만5천명선으로 대폭 감축되면서 종업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루소에게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 1월 7.20달러였던 회사 주가가 이달에는 불과 80센트로 85%나 폭락했다. 주당 가격이 1달러를 밑돌면서 루슨트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상장폐지 위기를 맞았다. 회사측은 급기야 주가부양차원에서 주식분할방안을 제시했다. 루슨트는 지난 3.4분기(6∼8월)중 28억달러의 적자를 내 10분기 연속적자를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제록스 미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있는 이 회사 본사의 분위기는 그렇게 살벌한 편은 아니다. 흑자를 시현한 3분기 실적 덕분이다. 제록스는 뼈를 깎는 비용절감 노력과 비수익 생산라인 감축 등의 조치에 힘입어 3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CEO 멀케이는 "회사의 사업모델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이 회사는 회계부정 스캔들의 후유증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4년간 이익을 30억달러 과대계상한 것과 관련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합의금으로 1천만달러를 물었다. 멀케이는 SEC와의 합의로 회계부정건은 완전 해결됐다면서 "이제 다시는 이 문제가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회계부정 스캔들의 여파로 제록스의 주가는 지난 1월 11.50달러 안팎에서 요즘 7달러선까지 떨어졌다. ◆HP 역시 비용절감을 통해 이익감소에 따른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CEO 피오리나는 회사의 실적 신장률이 5% 미만의 한자릿수에 머무를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매출감소 및 시장점유율 하락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같은 흐름"이라며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피오리나는 지난 5월 마무리된 컴팩과의 합병에 CEO로서 모든 것을 걸었었다. 덩치를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HP-컴팩 통합법인은최근 오히려 컴퓨터 메이커 순위에서 `델'에 이어 2위로 밀렸다. 양사 합병으로 일자리는 1만개나 줄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