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서관에서 무척 아끼는 모자를 두고 나왔다. 가을과 겨울 나의 복장에 포인트를 주고 푸근함과 안정감을 베푼 모자였다. 몸의 일부였던 물건을 잃어버리면 마치 친구를 잃은 것처럼 한동안 마음이 쓰인다. 속이 상한 나는 어느틈엔가 그것과 비슷한 모자를 다시 구입하려는 자신을 발견한다. 마치 사랑을 잃고 그 연인과 닮은 사람에게 끌리듯이…. 이도 저도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 떠나간 것들,잃어버린 물건에 대해 재빨리 마음정리에 들어갔다. 그 잃어버린 곳에 누군가 쓰라고 그냥 놔뒀다 생각하니 금세 잊어지더라. '인생은 복권과도 같아/비극과 다행스런 일들의 반복/알다시피 기쁨을 가져야지/그게 좋은 거야/10분 전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웃음은 흐느낌으로 변해/나는 뒤로 물러나 앉아/샌드위치를 타고 날지' 영화 '청춘 스케치'의 대사처럼 잃어버리는 비극이 있으면 또 좋은 일이 있겠지.기쁨을 갖는 것.그게 좋은 거겠지.흐느낌이 웃음으로 변할 때까지 마음은 샌드위치를 타고 날면 되고.그러고 보면 물건이든 사람이든 인연의 길이가 있다. 인연이라는 비디오 한 편이 돌아간다는 것. 그래서 누구에게나 한 시간짜리 인연,두 달짜리 인연 등등 여러 경우가 있으리라. 나에게도 사라진 인연이 꽤 있다. 오해가 생겨서,황당한 이유로 해서,전화연락이 뜸해지다 보니 사라진 인연이 되어버렸다. 누군가 지나간 사랑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했는데,마찬가지로 어떤 인연이든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느낌이다. 서로가 간절히 원하면 다시 만날 기회가 반드시 있겠지만 그리 흔하지 않다. 가을이 아픈 것은 위조지폐처럼 뚝뚝 떨어지는 낙엽 때문만은 아니다. 돌아올 수 없는 사랑이나 인연이 그리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 때문에. 살면서 아무도 기억나지 않고 제대로 뭐 하나 한 것 같지 않은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사랑을 했어도 누구 하나 제대로 사랑 안 한 듯 하고,사랑받지 않은 듯 할 때 추억을 찬찬히 떠올려 보라. 누군가에게 자신이 사랑 받았음을 발견하리라. malrina@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