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무기 개발 문제로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주요 대선후보 및 예비후보간 회동이 추진되고 있어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직 회동 형식을 놓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진영간의 이견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김 대통령과 대선후보간 회동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에 대한초당적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데 1차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청와대는 오는 23일께 김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국민통합 21의 정몽준(鄭夢準)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 무소속이한동(李漢東) 의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6자회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여전히 김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간 단독회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회동 일자는 청와대와 각 후보진영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되겠지만 정세현(丁世鉉) 통일장관이 제8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마치고 22일 귀경하고 김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4일 출국하는 만큼 23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북 비밀지원설 등을 놓고 사생결단식 공방을 벌였던 정치권이 '대통령-후보회동'을 먼저 제의하고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여 김 대통령과 후보간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북한 핵문제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일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대선 후보 및 예비후보들이 만나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해법이야 관련국간 협의를 거쳐야 하지만 김 대통령과 각 후보가 '어떤 경우든 북한의 핵개발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를 포함한 모든 문제들을 대화를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하는 것이야말로 예상되는 위기상황에서 국론통일을 위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과 대선주자 회동에는 정세현 통일부 장관과 최성홍(崔成泓) 외교부장관 등이 배석, 각각 남북장관급 회담 결과와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을 통한 한미간 북핵문제 협의 결과 등을 설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통령과 후보들은 북한 핵문제로 인한 국민불안 해소책뿐 아니라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가능성 등으로 유동적인 국내외 경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선을 두달 남겨놓은 시점에서 김 대통령이 `엄정중립' 입장을 재확인하고,각 후보들의 공명선거운동을 요청하는 한편 후보측에선 김 대통령과 정부에 선거의공정관리를 주문하는 대화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김 대통령과 대선주자간 회동 후 이들 3대 의제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등을 담은 공동 발표문이나 합의문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통령과 주요 후보자들이 만나서도 아무런 합의가 없다면 참석자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북정책과 경제불안 대책, 대선정국에 대한 평가 등에서 참석자들 사이에크고 작은 의견차이가 있기 때문에 합의문이 나오더라도 구체적인 사항 보다는 원칙.원론적인 입장 표명이 예상된다. 특히 각 후보는 이번 '청와대 북핵 회동'을 자신들의 대북정책 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삼는 등 대선전략을 의식한 발언들도 많을 것으로 보여, 회동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