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의 참모습이 궁금하다. 그는 극중 캐릭터를 자기식으로 소화하기 보다는 스스로 캐릭터에 달려가 동화되는 타입이다. '고양이를 부탁해'에선 친구의 아픔을 공유하는 사려깊은 소녀였다가 '복수는 나의 것'에선 가진 자의 재산을 유괴행각으로 나눠(?) 받으려는 '삐딱한' 여성이었다. 때문에 작품 속에서 배두나의 실체를 찾으려는 시도는 번번이 허탕이었다. 그녀는 신작 코미디 '굳세어라 금순아'에서 유흥가에서 무용담을 펼치는 '열혈아줌마' 정금순으로 변신했다. 한국에서 아줌마는 여성과 남성에 이은 이른바 '제3의 성'이다. 처녀시절의 얌전함이 척박한 현실에서 씩씩함으로 변모된 탓이다. 그러나 배두나의 정금순은 씩씩하지만 낭만성을 잃지 않고 있다. "단순하거나 전형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는 싫어요. 아줌마의 캐릭터는 복합적이죠.이 코미디도 그저 웃기는데 그치지 않고 찝찝한 기분을 남기죠." 은퇴한 배구선수이자 어설픈 주부인 금순은 사기행각에 걸려든 남편 한준태(김태우)를 구출하기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벌이면서 가족애를 깨달아 간다. 초반부의 금순은 엄마와 아내로서는 빵점이다. 우는 아기 때문에 잠을 깨자 남편에게 "내다버리든지 해"라고 말할 정도다. 남편 첫 출근날 늦잠 자고 다리미질 실수로 와이셔츠를 태운다. 그의 일상은 이처럼 빼먹거나, 까먹거나, 놓치기 일쑤다. "금순은 천방지축의 성격이지만 아주 사랑스럽고 망가질수록 아름다워 보이죠.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세상물정 모르고 당당하지만 나름대로 아픔이 있어요." 서툰 주부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당면한 현실(주부로서)에 압도되지 않을 만큼 담대하다는 뜻이다. 때문에 '밤의 주인'인 깡패들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는다. 금순은 줄곧 깡패들에게 쫓기지만 결정적인 순간 강스파이크를 날려 악당들을 다운시킨다. 밤의 유흥가에는 원조교제자와 협잡꾼 등이 넘치지만 금순의 딱한 사정을 도와주는 가난하지만 따스한 사람들도 많다. 이들과 대면하는 배두나의 매력은 소박함이다. 그는 여느 스타들과 달리 우리 주변의 보통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극중에서는 사내처럼 성큼성큼 뛰는 모습, 스파이크를 날릴 만큼 큼지막한 손, 다듬어지지 않은 어투에선 영락없는 운동선수의 면모마저 엿보인다. "촬영 중 아기가 우는 바람에 혼쭐났어요. 아기의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즐거운 음악(징글벨)을 틀어 주거나 달래야 했지요. 이 때문에 금순의 역할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아기는 금순의 캐릭터에 생명을 준 촉매제 역할을 한 듯 싶다. 깡패들은 쫓아 오는데 등에 업힌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 줘야 하는 곤혹스러움이 생생하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하룻밤의 모험에서 금순은 아기와 남편의 소중함을 절감한다. 앞으로 그가 가정의 방관자가 아닌 주인으로 역할할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아웃사이더에서 인사이더로 바뀌는 것이다. 배두나의 참모습은 이처럼 인사이더가 되기 위해 정진하는 아웃사이더에서 찾을 수 있지 아닐까. 18일 개봉.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