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해안(웨스트 코스트) 29개 항만의 마비상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이렇다할 대책마련이 어려워 우려했던 무역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 서부항만은 우리의 해운을 통한 미국 수출물량의 63%를 처리하고 이를 통한 연간 수출입물량이 184억달러에 달해 수출은 물론 수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항만폐쇄 2주째 접어들어= 미 서부지역 29개 항만의 사용자측인 태평양해운협회(PMA)는 노조측의 태업을 이유로 지난달 28-29일 36시간에 걸친 직장폐쇄에 이어29일 밤부터 무기한 폐쇄를 선언, 군수물자 이외에는 하역을 중단했다. 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서부항만에 취항중인우리 선박 가운데 정기선 16척과 자동차선 4척을 포함한 부정기선 9척 등 모두 25척이 외항에 머물고 있다. 지난 5일 현재까지 컨테이너 3만7천TEU, 자동차 1만여대 물량이 대기중이다. 특히 서부항만 노사는 지난주 미 연방정부의 중재에 따라 이뤄진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자칫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연방 정부는 이에 따라 정부 직권의 조정명령권을 통해 80일간의 냉각기간동안 정상조업이 이뤄지도록 하는 `태프트 하틀리법'을 발동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경우 미국으로 갔던 배가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시기가 지연되면서 수출 물량에 대한 선적지연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피해 `눈덩이'= 산업자원부는 지난 주말부터 무역협회를 통해 업계의 피해상황 파악에 들어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무역협회는 이번 사태에 따른 수출입 차질 규모를 산술적으로 계산할 경우 하루5천53만달러(606억원) 가량에 달하고 해운업계에서도 컨테이너선 1척이 하루동안 기항을 못할 경우 2만5천달러의 피해가 생기는 것으로 파악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경우 외항에 대기하거나 항해중인 물량이 800만달러 어치에 달해 우회 수송을 검토중이며 현대차도 하역을 못하고 있는 차량 규모가 늘어가고 있다. LG화학도 170TEU 430만달러 어치의 수출물량이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어가 항공선적을 통해 납기를 맞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고민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에어컨 컴프레셔 등 수입 대상 부품 20여개 컨테이터의 발이묶이면서 국내 재고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내 항구에서의 선적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네고 지연과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 수출오더 감소, 우회수송에 따른 추가 물류비 부담, 항공운임을 포함한 운임 급등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안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부산에서 LA까지 운임은 TEU당 1천725-1천985달러지만 뉴욕까지는 2천175-2천825달러로 동부 쪽으로 우회할 경우 추가 물류비 부담이 크다"면서 "뱅쿠버나 멕시코로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현지사정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태 종결만이 해결책= 외교통상부와 산업자원부, 해양수산부, 건설교통부 등관계 부처는 비상대책반이 설치된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사태 파악과 대책마련에분주한 상태지만 이렇다할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현재까지 국내 항만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지만이날 이후부터는 영향을 받기 시작, 장기화되면 태평양항로 선사의 선박스케줄이 지연돼 부두 안팎에 수출입화물이 쌓이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 뾰족한 대책이 없다"며 "10월 수출입실적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중국 등의 입장과 대응책을 파악하는 한편 해외 공관을통해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