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에 발탁된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 양빈(楊斌.39)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을 둘러싸고 탈세와 주가 조작 등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또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그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추천했다는 등 그의 파격적 변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늘고 있는 분위기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대체로 그가 대북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7월 그의 행방이 한동안 묘연한 가운데 12일 그가 선양(瀋陽)에 나타나 홍콩에서 온 펀드매니저들을 접대하고 14일 홍콩으로 날아가 자신에대한 억측을 해명한 것을 두고 그가 세무 당국의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북한으로 도망갔었다는 현지 언론 보도를 들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북한을 방문했다 평양을 떠난 것은 지난 6월 8일(평양방송 보도)로서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국제금융보가 7월 11일 어우야그룹에 대한 세무 조사에대해 보도하기 한 달여 전이다. 또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가 어우야그룹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 당일 이 회사주가가 18%나 떨어진 것이 올 1월 2일이고 이로부터 6개월이 지난 7월 들어 세무 조사설이 나돌기 시작했으나 그와 북한 지도부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은 이보다 훨씬 전의 일이다. 그는 이미 2000년 12월 평양을 방문해 금수산기념궁전 앞뜰 150㏊를 불하받아 모종의 사업에 나섰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이 상하이(上海) 등 중국을 방문할 때부터 김 위원장의 눈에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6개월 뒤인 지난해 7월 북한 평양원예총회사와 어우야그룹은 '평양 유럽ㆍ아시아합영회사'를 설립하면서 그와 북한 지도부와의 관계는 한 층 돈독해졌다. 그는 이 때와 올 1월, 6월초 등 세 차례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에게 선물을 전달한 것으로 북한 매체들은 보도한 바 있다. 또 지난 7월18일 중국 인민일보가 양빈 회장의 북한내 도박장 개설과 관련해 보도하면서 어우야그룹 주식이 이틀째 24%나 떨어졌고 주가 하락은 곧바로 어우야그룹자금난 또는 부도설로 이어지고 있다. 양빈 회장에 대한 갖가지 루머나 탈세 논란이 불거진 시점이 그의 대북 사업이 본격화된 시기와 공교롭게도 겹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루머의 진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