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의 관심사는 'IT(정보기술)투자 확대'다. 틈만 나면 기업들이 IT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투자가 늘어야 경제가 좋아지고 성장잠재력도 커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IT 투자펀드 조성'계획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많은 이익을 내는 통신 서비스업체들로부터 출연금을 거둬 펀드를 만들고 이 펀드를 활용해 투자를 하자는 아이디어다. 이동통신업체들이 휴대폰 요금을 조금 내리는 것보다는 이를 투자에 쓰도록 하는 게 국가경제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이 장관이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펀드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IT투자펀드 조성'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별로 흠잡을 게 없다. 장사를 해 남은 돈을 투자로 돌려 파이를 좀더 키우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먼저 누가 돈을 낼 것이냐는 문제다. 상당한 자금을 내야 할 이동통신업체들은 지금도 매년 엄청난 출연금을 정통부에 납부하고 있는데 또 출연금을 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입장이다. 이동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이동통신 3사가 납부한 출연금이 1조원에 육박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익이 난다고 또 출연금을 내라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투자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출연금을 거둘 법적 근거도 미약하다. 또 펀드가 조성됐다 하더라도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 정부가 민간기업보다 나은가 하는 점도 고려해봐야 한다. 그동안의 경험을 보면 정부보다는 기업이 훨씬 투자를 잘한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 "민간 기업의 투자가능자금을 정부가 가져다 목에 힘주고 쓰고 다니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투자 사후 관리도 만만찮은 일이다. 정부가 할 일은 늘어나고 조직도 따라서 비대해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통부는 요즘 한국인터넷진흥원(가칭) 설립을 추진하는 등 산하기관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경제정책은 '선택'의 문제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도 득보다 실이 많다면 다른 방향을 찾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강현철 산업부 IT팀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