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세계 금융시장은 이라크의 유엔 제의 거부, 미국기업의 잇단 실적 경고, 부정적인 경제지표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일제히 급등락을 거듭하며 충격에 휩싸였다. 뉴욕증시 나스닥지수가 이날 6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한 것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등 유럽증시도 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브라질, 칠레, 멕시코 등 남미증시도 급락 분위기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반면 원유가격은 전쟁에 따른 수급차질 우려로 급등했으며 금 가격도 헤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로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가 하면 비교적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의 국채가격도 4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금융 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이라크가 무장해제에 대한 조건이 추가된 새로운 유엔 결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전쟁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확산된 것이 이날 금융시장 동요의 가장 큰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또 JDS유니페이스, 월마트 등 미국 기업들의 실적부진 발표와 함께 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8월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세계경제의 중심인미국경제의 회복이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증시폭락 뉴욕증시는 이날 이라크발 악재와 일부 기업들의 실적경고로 장초반부터 반도체,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매도주문이 쇄도해 장중 약세가 이어졌으며 결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지난 96년 9월 17일 이후 최저치로 급락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지난주말에 비해 2.96% 하락한 1,184.94를 기록했으며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지수도 각각 1.43%와 1.38%가각각 내린채 장을 마쳤다. 유럽증시도 오전중 잠시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미국경제의 완만한 회복세 및 전쟁에 대한 우려와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총선승리 소식 등으로 급락해 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럽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FTSE 유로톱 100 지수는 이날 3.6%나 하락한 1,803.1 에 그쳐 5년여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으며 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도 3.2% 내린 3,739.4로 마감, 6년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또 파리증시의 CAC 40 지수도 3.34% 하락한 2,794.31, 프랑크푸르트증시의 DAX30 지수도 3.78% 내린 2,949.81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이밖에 남미증시도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 장기화 등 국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와 칠레의 IPSA지수가 지난주말보다 각각 3.35%와 1.77%나 떨어지는 등 일제히 급락세를 나타냈다. ▲ 외환.채권시장 동요 미국 달러화는 이날 뉴욕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설이 확산되면서 엔화에 대해 최근 3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했으며 유로화에 대해서도 급등세를나타내 금융시장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123.99엔을 기록, 지난주말 오후장에 비해 무려 0.59엔이나 상승해 지난 6월 2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유로에 대해서도 유로당 97.73센트로 0.53센트나 올랐다. 그러나 남미외환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환율이 지난주말보다 무려 0.12-0.15페소나 오른 달러당 3.61-3.70페소를 기록했으며 멕시코 페소화도 달러당 10.30페소로 크게 올라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시장관계자들은 뉴욕외환시장에서는 유럽증시 폭락에 따른 유로화 매도와 일본정부의 엔화 다량 매도설이 부각되면서 달러화가 올랐으나 남미시장에서는 지역내불안요인이 주요 시장재료로 등장해 달러화가 반대로 약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한편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수익률은 증시폭락으로 인해 수익률이 최근 44년만에 최저치로 급락한 반면 가격은 급등했다. 이날 10년만기 채권 수익률은 지난주말에 비해 0.1%포인트나 하락한 3.68%를기록, 지난 58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수익률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가격은 28/32 급등한 105 22/32까지 올랐다. ▲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원유, 금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은 이날 전쟁위기설로 인한 원유수급 불안과 세계증시폭락 사태 등의 여파로 일제히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장중한때1.09달러나 급등해 31달러선을 위협한뒤 결국 전날에 비해 배럴당 87센트(2.9%)나급등한 30.71달러를 기록, 지난해 2월 9일 이후 최고치까지 올랐다. 또 런던의 국제석유거래소(IPE)에서 11월물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70센트(2.5%) 오른 29.13달러를 기록해 29달러선을 넘어서며 지난해 9월 14일 이후 가장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국제 금가격도 증시약세로 인해 헤지투자자들이 금시장에 대거 몰리면서 최근 3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금가격은 지난 주말에 비해 온스당 90센트오른 324.10달러를 기록, 지난 6월 24일 이후 최고치까지 상승했으며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금 현물가도 온스당 1.30달러 오른 323.25달러를 기록, 지난 7월 19일이후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