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2일 채택한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을 21일 공개한 것은 대외개방에 대한 북한당국의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의주 특구가 독립적인 주권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중국 속의 홍콩'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파격적인 조치들이 실천으로 연결될땐 외국기업들의 북한에 대한 투자 우려를 상당히 불식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 홍콩식 행정형태 도입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은 신의주특구를 국제적인 금융 무역 상업 공업 첨단과학 오락 관광지구로 조성하는데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모두 담고 있다. 지난 91년 나진.선봉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이후 취해 왔던 북한의 태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나진.선봉 지역은 특구로 지정된 이후 외국인들의 투자를 유인할 적절한 법적.제도적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사실상 특구 기능을 상실해 왔다. 이 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특구에 입법 행정 사법권을 부여하고 외교업무를 제외한 일체의 사업에 대해 국가의 간섭을 배제한 부분이다. 이는 중앙집권형인 북한의 행정체계에서 파생되는 복잡하고 느슨한 행정 및 각종 규제 조치를 간소화해 기업 활동의 자율성과 편의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는 나진·선봉 특구의 관리운영기관을 '중앙무역지도기관'과 해당 중앙기관,나진.선봉시 인민위원회로 두도록 한 조치가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특구에 입법회의를 두고 행정집행기관의 수장인 장관이 검찰과 재판책임자의 임명.해임권까지 갖도록 한 것은 완전한 홍콩식 행정형태이다. 전문가들은 특구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최대한 가미하려는 조치로 이해하고 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신의주특구 기본법에 입법회의와 장관직을 두도록 한 것은 중국내 홍콩관계와 같이 북한도 '1국 양제(一國 兩制)'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내부에서 자본주의 실험을 본격 시도하겠다는 모험적이고 독특한 발상이다"고 말했다. ◆ 적극적인 외자유치 특구내에서 국적.민족별 차이를 없애고 외국인도 특구 주민과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토록 한 조치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토지 임대기간을 향후 50년으로 하고 특구의 법률제도를 이 기간에 개정하지 못하도록 못박은 것도 결국 외자 유치의 한 방편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임대료나 토지 사용료가 어느 수준으로 책정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정형곤 통일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현재 토지 임대료는 ㎡당 35∼45달러로 중국의 20∼50달러보다 높고,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 북한보다 좋은 전남 영광의 대불산업단지의 52달러에 비해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고 말했다. 때문에 특구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북한의 토지 임대료가 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정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