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전세계적으로 증시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비록 미국 주식시장이 저점을 통과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며,유럽과 일본 증시도 최악의 상황이다. 회사채 수익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의 패닉현상으로부터 빠져나오려 애쓰고 있다. 그 유일한 방법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시장전문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 전세계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8천억달러어치를 팔았다. 이 가운데 일부는 정부채권 부동산 금 등에 재투자됐으나,2천7백50억달러는 현금상태로 보관돼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미국 주식형펀드에서 지난 7월 중 5백60억달러 상당이 유출돼 9·11테러 당시 2백99억달러의 두배에 달했다. 미 증시의 경우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 △잇단 기업파산 △통신산업의 몰락 △제2의 테러위협 △이라크 공격설 등 국내외 악재로 약세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 들어 유로화에 대해 12% 이상 떨어진 달러화 약세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미 증시에서 활약하고 있는 보험회사 연기금 등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를 청산하고 현금을 회수하고 있다. 유럽인들은 지난 분기에만 5백80억달러를 미 증시로부터 빼갔다. 단지 일본인들만이 월스트리트를 떠나지 않고 있으며 미 재무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상당규모 보유하고 있다. 미국 투자자들도 유럽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인들은 유럽 12개국으로 구성된 유로존에서 지난 분기 중 1천억달러 이상을 회수해갔다. 전문가들은 지난 1990년대 초반과 같은 활황장세(Bull Market)가 다시 오더라도 주가가 15% 이상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보유 중인 지분을 조금씩 줄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국 주식브로커업체인 셰어센터의 데이비드 질 마케팅 매니저는 "현재같은 불안한 금융시장에서는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현금확보 전략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즉 "전체 경제를 놓고 볼 때 현금보유는 생산적 투자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위축 등 경제전반에 부정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의 애널리스들도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증시에 재투자되지 않고 채권에도 투자되지 않는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현금이 금융시장에 원활히 공급되지 않아 기업들은 신규투자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만약 이렇게 자금이 투자자들의 주머니속에만 머문다면 기업들의 자금은 바닥날 것이고 신제품 생산의 주기는 현재보다 더 길어질 것이다. 이것은 관련산업의 퇴보를 의미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투자자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는 것이 시급하다. 우선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투자자들도 '현금은 곧 왕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수백억에 달하는 달러화나 유로화가 낮잠을 자고 있는 사이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도 꺼져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근호(8월26일자)에 실린 'Cash Is King These Day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