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씀씀이가 미국이나 일본 학생들보다 훨씬 헤프다는 국민은행의 조사결과는 학생 자신들은 물론 학부모들까지도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국민은행이 한·미·일 3국 대학생들의 금융이용실태를 조사분석한 결과 대학생의 저축자 비율은 미국과 일본이 77.9%와 83.4%인 반면 우리는 38.4%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또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는 비율은 우리가 월수입의 70%인 반면 일본은 38%,미국은 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러한 수치만을 근거로 대학생들의 소비가 과도하다고 단정하는 것도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마칠 때까지는 부모책임이라는 우리 사회의 통념으로 보면 필요한 돈은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그것도 넉넉지 못한 규모라면 1백% 소비에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잠자고 밥먹는 시간 이외에는 공부만 해야 칭찬받는 게 우리 학생들의 처지다. 잠을 몇 시간 자느냐에 따라 일류학교 진학여부가 결정되고,인생의 우열이 가려지는 우리의 교육제도나 풍토하에서 경제적 자립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면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소비행태가 건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주어진 돈을 가급적 알뜰하게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하려는 절약의식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가 특히 의문이다. 일상용품을 구입하더라도 실용성보다 유명상표만을 찾고,돈이 없으면 우선 카드로 긁고 보는 것이 우리 학생들의 보편적 행태다. 제때에 결제할 형편이 못되면 여러 장의 카드를 발급받아 또 다른 카드로 돈을 빌려 '돌려막기'를 예사로 한다는 이번 조사결과는 참으로 충격적이다. 대학가가 환락가처럼 번성하는 것도 그 여파가 아닌가 싶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가,누구 탓인가. 기본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진데다 못먹고 못입었던 세대인 부모들이 자식들만이라도 윤택하게 키워보겠다는 보상심리를 갖고 있고,특히 소비를 미덕으로 삼아온 외환위기 이후의 경제·사회정책 등이 어울려 빚어진 결과다. 따라서 부모와 학생은 물론 사회전체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다.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우선 어릴 때부터 경제마인드를 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저축의 소중함을 알고,수입과 지출,비용과 편익을 생각하면서 소비의 효용을 중시하는 사고를 길러줘야 한다. 그래야 빚 무서운 줄도 알고,신용사회 적응력도 높아진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 강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