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없는 남북이 하나된 축제의 한마당을 지켜보면서 하루 빨리 통일되길 빌었습니다' 7일 오후 `월드컵 4강 신화'를 장식한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12년만에 다시 열린 `남북 화합과 협력의 장' 2002 남북통일축구대회을 지켜본 온겨레는 월드컵 때 처럼 모두 하나가 됐다. 시민들은 경기장 안팎에서 분단의 장벽이 허물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함께 한민족 국가인 `아리랑'을 힘차게 불렀고 `통일의 염원'을 담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통∼일 조국'을 외치는 등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비록 무승부지만 전후반 90분동안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도 승부를 떠나 서로 격려하고 다독이며 따뜻한 동포애를 나누는 등 통일을 향한 한민족의 축제를 전세계에 알렸다. 시민들은 '가까이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이같은 남북 화합의 무대를 펼쳐주길 바라고 앞으로는 정기적인 스포츠 교류를 통해 50년 분단의 아픔을 씻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남북 당국이 서로 노력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원 함창훈(42)씨는 '남북선수가 쓰러져 있는 상대방을 서로 일으켜주고 악수를 청하며 웃는 모습에 정말 뿌듯해했다'며 '축구로 만들어진 축제의 한마당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경협확대 등 더 많은 남북교류가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주부 이선래(38.여)씨도 '골은 나지 않았지만 최상의 결과인 무승부를 기록해 다행'이라며 '축구에서 남북이 어깨를 나란히 했듯 남북관계도 서로 발맞춰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사원 문미진(25.여)씨는 '월드컵 감동과는 또다른 감격을 맛볼 수 있었고 특히 국가 대신 아리랑을 남북이 함께 불렀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특히 오는 16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 금강산에서 반세기 동안 헤어진 가족을 만나는 남측 이산가족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이산가족 방북때 한국전쟁 발발후 생이별한 두딸을 만난다는 김인엽(88) 할머니는 '남북한 사람들이 서울서 만나 함께 축구하니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에 남겨둔 1남2녀중 생존한 막내딸을 만날 기쁨에 부푼 박재영(81) 할아버지도 '10여년만에 다시 열린 남북 경기를 뚫어져라 보고 응원했다'며 '내년에도 다시 경기가 열리고 살아 생전 통일도 이뤄지길 간절히 빌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서울 월드컵 경기장 옆 평화의 공원 광장에도 월드컵 때처럼 길거리 응원을 위한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한반도가 그려진 파란색 응원복을 맞춰 입은 통일연대 회원 500여명과 시민 등 2천여명이 자리잡고 월드컵 분위기를 재연하며 진지한 응원전을 펼쳤다. 통일연대 강형구(34)씨는 '서울시청 앞에서의 응원불허, 재향군인회와의 태극기-단일기 논쟁 등 통일 응원전이 성사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2천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 `통~일조국'을 외치며 남과 북을 모두 응원한 순간순간은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어린 동심도 남북한 평화의 축제에 동참, 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초등학교 6학년 신지용(12)군은 '남북선수들이 사이좋게 함께 경기하니깐 너무 좋다'며 '빨리 통일 돼 남북한 어린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 서울 경희대와 부산대 등 전국의 대학가와 역, 버스터미널, 음식점, 술집 등 이날 밤 사람들이 모여든 전국 곳곳에서도 월드컵 이후 또하나의 남북간 화합의 스포츠 축제를 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honeybee@yna.co.kr yulsid@yna.co.kr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