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남 건설이요?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정부가 지난 4일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 '제2강남'을 2~3곳 건설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10여년 전 '강남 수준의 신도시'라는 정부 정책을 믿고 신도시에 입주한 일산 분당 주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특히 일산의 경우 통일시대와 국제화시대에 대비한 미래형 자족도시로 개발한다고 했지만 외교단지와 출판단지 같은 핵심적인 자족기능은 없었던 일로 돼 버렸다. 일산 시민단체의 김병호씨(35)는 "정부가 일산 신도시를 사기 분양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건교부와 토개공이 개발·분양만 해놓고 사후관리 능력도 태세도 안돼 있는 고양시(개발 당시 고양군)에 신도시를 맡겨버리는 바람에 행정서비스 등에서도 '서울 강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고 말했다. 일산 신도시는 당초 정부투자기관 등 모두 21개 공공기관을 유치키로 하고 전체 면적의 5%인 23만평을 입주 부지로 선정하기도 했으나 다섯개 기관만 입주하는 데 그쳤다. 출판문화단지를 조성키로 했던 3만3천여평의 부지는 초대형 주상복합아파트 건축이 추진되고 있어 이에 반발한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가는 등 지금껏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외교관 숙소와 외교타운으로 조성하려던 1만여평의 외교단지는 계획이 물거품이 된 채 법원공무원 교육원과 법원 고양지청 등이 들어서는 계획으로 변질됐다. 대화동 23만평의 부지에 오는 2013년까지 국제종합전시장을 건립한다는 계획도 국비 지원은 물론 외자유치 일정도 불투명하다. 유왕선 고양시민회 대표는 "자족시설 유치는 커녕 관리능력이 떨어지고 개발 압력에 극히 취약한 고양시가 관리업무를 맡는 바람에 신도시는 주택과 여관,유흥 상업시설이 뒤죽박죽되는 환락도시로 변질됐다"고 질타했다. 분당은 상업시설 비율이 8.3%로 택지지구 평균인 3%를 3배 가까이나 초과해 상업시설만 포화상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업시설 용지로 자족시설이 들어갈 여지가 있었던 4만여평의 백궁 정자 지구도 주상복합 아파트의 주거지역으로 변경됐다. 출퇴근 교통혼잡을 감수하면서 신도시에 거주하던 주민들도 신도시 고교 평준화 실시로 자녀 교육문제가 발생하자 미련 없이 서울 강남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올들어 지난 8월10일까지 서울 서초구 고등학교로 전학 온 학생은 모두 9백27명으로 2000년 연간 전입학생수 1천2백16명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 주로 신도시 등에서 유턴해 오는 학생들로 전학생 수는 점차 늘고 있다. 안건혁 서울대 교수(도시공학)는 "신도시 개발은 지역별 기능 개발과 수도권 집중억제 등 장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 착수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희영·이태명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