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합작영화 "작별"(감독 에두아르도 미뇨나)은 두 자매의 애증을 다룬 여성 버디무비다. 사고로 부모를 잃은 열일곱살 메메(잉그리드 루비오)와 여덟살의 동생 아네따(히메나 바론,프로렌시아 벨토티)의 성장과정이 눈물겹게 전개된다. 제목 "작별"은 남녀간의 이별이 아니라 극중 메메의 영별을 지칭한다. 남성버디무비 만큼 강렬한 액션은 없지만 여성 특유의 미묘한 감정 쌍곡선이 예리하게 포착돼 있다. 사고 후유증으로 다리를 저는 메메에게 운명은 마냥 튀틀려 있다. 실연은 계속되고 아기조차 가질 수 없다. 상실의 고통은 자학을 가져온다. 술과 담배에 빠져든다. 사고무친의 메메는 때때로 목숨을 걸고 애정을 갈구한다. 물속으로 풍덩 빠져 누군가 자신을 끌어내 주기를 고대한다. 그녀는 동생 아네따에게 엄마처럼 간섭하기도 하고 애정을 나눠주기도 한다. 그래서 아네따는 메메가 남자와 섹스하는 광경을 목격했을때 그것을 곧 자신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으로 해석한다. 두 자매가 간직하고 있는 추억은 많지만 갈등의 골도 깊다. "언니는 다리병신이야" "너는 안경잡이 괴물" 자매는 때때로 서로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다. 숙녀로 성장한 아네따가 임신하게 되면서 또 한번의 갈등이 찾아온다. 결손가정의 두자매의 삶은 "불완전한 채로 사는 법"을 역설적으로 일깨운다. 메메는 "완전한 삶"을 꿈꾸기에 끊임없이 절망한다. 메메가 남긴 사진첩은 언니와 "작별"한 아네트가 추억을 간직하는 방편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찾기 힘든 진지함과 차분함이 배어 있다. 스페인의 아카데미상격인 고야영화제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했다. 19일 백두대간에서 개봉. 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