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할머니가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40대 중소기업 사장이 대학에 합격했대서 화제다. 1년 사이에 고입ㆍ고졸 검정고시를 잇따라 통과한 안정숙씨(72ㆍ서울 금천구)와 김정순씨(70·전남 순천), 중학교만 나온 전자부품회사사장으로 한양대(전자전기 컴퓨터공학부) 수시 1학기 특별전형에 합격한 김오영씨(44)가 그들이다. 이렇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도 만학(晩學)의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은 많다. 전국 23개 기능대학의 올해 신입생 중 30세 이상이 7%고 그중엔 38년의 실무경력을 지닌 심언철씨(65·인천기능대)와 온수온돌 공조냉동기계 등 9개 부문의 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김용애씨(58·전북기능대)같은 사람도 있다. 만학도들의 사정은 비슷하다. 가정형편상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애를 태우다 뒤늦게 공부하는 것이다.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업에 도전하는 이들의 말은 한결같다. 일하고 살림하느라 때를 놓쳤어도 '언젠가 공부를 더하겠다'는 다짐을 잊은 적이 없고 막상 해보면 공부엔 나이가 없음을 절감한다는 얘기다. 만학도(30세 혹은 35세 이상)를 위해 특별전형을 하는 대학이 생겨난 것도 이런 까닭일 터이다. 이처럼 뒤늦게 검정고시로 중·고교 졸업장을 따거나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도 많지만 최근엔 충전 또는 제2의 인생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전공을 바꿔 재입학하는 직장인도 늘어난다. 공부란 어떤 것이든 폭넓은 시각과 사유방법은 물론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75세의 나이로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두번째 박사학위(교육학)를 받은 이석규씨는 "공부를 하면 새로 태어나는 기분을 느낀다"고 했거니와 미국에선 유명한 대학교수가 학부나 대학원 학생들과 새로운 과목을 듣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학도들의 사례나 '젠더와 과학' 저자인 에블린 폭스 켈러 교수(MIT)가 60세때 학부학생과 함께 독일어를 배웠다는 얘기는 바빠서 혹은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공부하고 싶은 마음 뿐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 게 틀림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