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9시 서울 압구정동의 '캘리포니아 휘트니스센터'. 경쾌한 음악과 함께 땀 흘리는 사람들로 3백여개 운동기구에는 빈 자리가 없다. 역기를 드는 20대 남성부터 러닝머신과 씨름하는 할머니까지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김성욱씨(30)는 "여가시간이 늘어 한 달 전부터 이 곳을 찾고 있다"며 "운동을 마치면 스트레스가 싹 가시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헬스산업'이 급팽창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음주' 중심 놀이문화가 바뀌면서 건강과 레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헬스산업은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급팽창 중인 헬스시장=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부영 그린타운 아파트에는 이달에만 헬스클럽이 2곳이나 생겼다. 단지 내 상가에 있던 골프연습장이 이달 초 헬스클럽으로 바뀌었고 관리사무소 내 여유공간도 피트니스클럽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말 현재 서울시내에 개설된 헬스클럽은 모두 1천65개. 지난 98년 8백60개에서 매년 60∼70개씩 늘어났다. 한국헬스연맹 문호걸 회장은 "전국에서 5천여개의 헬스클럽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최근 몇년새 하루 평균 20∼30개가 새로 개설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외국 업체도 눈독=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대 헬스클럽인 '발리토탈 휘트니스'가 지난 6월 말 분당에 입성했다. 발리토탈 휘트니스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4백11개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개점 한 달여 만에 2천5백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회사측은 5년 내에 30여개의 매장을 더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대기업들도 헬스시장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백화점 할인점 등 유통업체. 뉴코아가 분당점과 평촌점에 발리토탈 휘트니스를 끌어들였고 테크노마트도 서울 신도림에 지어질 '제2 테크노마트'에 2천평 규모의 초대형 스포츠센터를 마련키로 했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도 단지 내 헬스클럽은 '필수'가 됐다. ◆예고된 업계 지각변동=대기업과 외국계 업체의 진출은 업계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규모와 시설이 월등한 업체들이 '동네 헬스클럽'을 밀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발리토탈의 경우 대형 매장(1천4백평)과 미국에서 검증된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으로 무장했다. 에어로빅룸 뷰티살롱 한방클리닉 등도 함께 갖춰 헬스클럽을 '운동하며 즐기는 장소'로 바꿔 놓고 있다.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운동기구 한대가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하는 만큼 헬스클럽은 대규모 고정자본이 필요한 산업"이라며 "시설·투자면에서 뒤지는 동네 헬스클럽들이 특화 전략을 세우지 못할 경우 퇴출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오상헌·이태명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