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KAL) 여객기가 지난해 미국 9.11테러 당일에 실수로 공중납치당했다는 신호를 보낸 뒤 긴급 발진한 미 공군기에 격추당할뻔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USA투데이가 1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서울발 뉴욕행 KAL 85기는 한국과의 텍스트 교신 도중 `공중납치'를 의미하는 영문 약자인 `HJK'를 사용했으며 이를 수상히 여긴 미 관제탑의 암호질문에 역시 실수로 공중납치당했다는 답신을 보내 미 공군기가 긴급 발진했다. 미 공군 F-15기 2대는 승객과 승무원 215명이 탑승한 이 비행기의 뒤에 바짝 따라붙어 이 비행기가 알래스카의 인구밀집 지역에 진입하기 전에 저지할 움직임을 보였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공군이 KAL기를 격추하기 위해 상부에 승인을 요청했는 지 여부는 밝혀지지않았으나 당시의 현장 교전수칙에 따르면 민간 여객기 격추 명령 권한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나 딕 체니 부통령만이 갖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은 9.11 직후 이 권한을 노튼 슈워츠 북미방공사령관 등 몇명의 지휘관에게 허용했다. 슈워츠 사령관은 이와관련 비행기가 알래스카의 목표물을 공격하기 전에 공중에서 격추하라는 명령을 내릴 준비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9.11당시 미 전역에 발생한 긴장과 의심으로 오해가 빚어지고 이로인해 민간 비행기 격추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음을 보여주는것이다. 이 사건은 항공사들이 비행기와 텍스트 교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민간회사인 ARINC가 9.11 테러 직후 공중납치당한 비행기가 또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 비행기들의 텍스트 교신들을 검토하면서 시작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급유를 위해 알래스카로 향하고 있던 KAL 85기는 오전 11시08분 본사로 보낸 텍스트 메시지에서 미국 테러 발생과 관련, `HJK'라는 약어를 사용했으며 ARINC는 이를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로 잘못 해석하고 정오 직후 미국 연방항공국(FAA)에 통보했다. FAA는 이를 앵커리지의 관제탑과 북미방공사령부(NORAD)에 전달했으며 NORAD는엘먼도프 공군기지에서 전투기를 발진시켰다. 또 알래스카 주지사는 앵커리지의 대형 호텔과 연방건물들에 들어있는 사람들에게 대피명령을 내렸고 미국 해안경비대는 알래스카 발데스 근처에서 기름을 싣고 있던 유조선들에게 근해로 나갈 것을 명령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앵커리지 관제탑은 이 비행기에 암호를 사용해 공중납치 당했는 지를 질문했으나 조종사들은 관제탑을 안심시키는 답변 대신 공중납치당했다는 암호인 `7500'으로답신을 보내 문제가 발생했다. 비행기는 관제탑의 지시로 캐나다 유콘주(州)의 주도(州都)인 화이트호스에 오후 2시54분에 안착했으며 당국이 조종사를 연행해 신문한 뒤에야 이 비행기가 공중납치 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명확히 밝혀졌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