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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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간헐적으로 논의돼 왔던 중국의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최근 부쩍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자사 기준으로 중국이 금융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해 주목됐다.
이미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상당한 규모다.
국제금융기관들은 중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이 4천8백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5백7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환위기 초기 당시 국내금융기관들의 3백조원,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3백72조원에 비해서는 월등히 큰 규모다.
일단 부실채권 규모로 본다면 충분히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중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보편적인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를 적용해 볼 수 있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은 한 나라의 위기 가능성에 대해 단기적 채무이행 능력을 평가하는 단기통화방어 능력,중장기적인 위기방어 능력에 해당하는 해외자금 조달능력과 국내 저축능력,자본유출 가능성을 보는 자본유입의 건전도,그리고 경제의 거품여부를 알 수 있는 자산인플레 정도로 판단한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천4백억달러를 넘어 단기통화방어 능력은 충분하다.
매년 경상수지 흑자가 2백억달러를 넘고 있고 외자유입이 순조로운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위기방어 능력에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아직까지 경제시스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강해 자본유출이나 자산 인플레 문제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문제는 시계열(時系列)로 놓고 보면 골드스타인의 위기진단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WTO 가입과 자본자유화 일정,중국내 외국인의 경제비중이 높아질수록 경제시스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력은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일부에서는 중국 정부가 조만간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99년 하반기부터 내수시장을 겨냥해 추진해온 경제대국형 성장모델이 아직 본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규모 부실채권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을 계속 증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일리있는 지적이다.
여전히 중국의 수출상품은 품질,기술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환율경쟁력에 의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여건이 뒤따라 주느냐 하는 점이다.
앞으로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은 외환사정이 풍부한 편이다.
이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를 시장에 맡길 경우 오히려 절상될 것이 높다.
만약 중국 정부가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정치적인 목적에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경우 헤지펀드로부터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헤지펀드의 자금력과 레버리지 투자성향을 감안하면 중국의 외환사정이 풍부하다 하더라도 환투기를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 정부도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특히 부실채권의 심각성을 인식해 한국이 위기극복 과정에서 부실채권 처리에 상당한 효과를 거둔 자산유동화법을 도입,이 문제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가.
일부 주장처럼 중국과의 관계를 가능한 한 축소시키는 것을 전염효과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중국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오히려 지금까지 중국과 논의해온 협력문제를 조기에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는 24일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지 1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논의해 왔던 통화협력 방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중심으로 이제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중간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