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의 새 사령탑으로 7일 취임한 김중수 원장(55)은 경제학계에서 많지 않은 '멀티 플레이어'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로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내디딘 정통 경제학자이면서도 각종 정부관련 기관에서 다채로운 '외도'의 경험을 했다. KDI 연구조정실장을 거쳐 청와대에서 경제비서관을 지냈고, 초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사로 외교관 생활도 해봤다. 그밖에도 기금평가단장, 교육개혁추진위원회 전문위원, 조세연구원장,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김 원장은 "KDI는 폭넓은 정책과제를 다루는 종합 연구소인 만큼 멀티 플레이어가 활동하기에 이상적인 곳"이라고 말한다. 그는 여러 이력 중에서도 OECD 공사로 지낸 2년여의 시간을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꼽는다. 굵직한 대외 협상에 두루 참여하면서 선진국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란다. 그 덕분인지 김 원장은 '국제화된 시각'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KDI에 대해 너무 내부지향적이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학자들과 교류를 활발히 하고 외국과의 공동연구 프로젝트도 활성화해 국제적 연구기관으로서 위상을 끌어올려야지요." KDI가 정치적인 입김이나 인기에 영합해 정책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KDI는 '정치'가 아닌 '정부'와 일을 하는 연구기관"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비전 2011 등 KDI가 추진 중인 주요 국책과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있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을 반영하는 신축성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주5일 근무제 등 기업관련 정책의 방향이나 하반기 경제 전망 등 최근의 현안에 관해서는 "우리의 경제체질과 펀더멘털을 강화해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원론적인 생각만을 밝혔다. 스스로를 '너무 순수하지도, 그렇다고 현실적이지만도 않은 중립적인 경제학자'라고 표현하는 김 원장은 최근 '퓨처 오브 석세스(Future of Success)'라는 원서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한다.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초대 노동부 장관을 지낸 개혁적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가 쓴 이 책을 통해 "경제변화에 따라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날 때만 둔다'는 바둑은 아마 1급 정도의 실력. 유일한 취미이긴 하지만 최근엔 거의 두지 못했다고 한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 1947년 서울생 서울대 경제학과(66학번) 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80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88년 KDI 연구조정실장 93년 대통령 경제비서관 9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초대 공사 97년 경제부총리 특별보좌관 97년 조세연구원장 98년 경희대 아태국제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