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씨가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 아들들의 병역비리 은폐 대책회의 관련자 등의 진술을 담고 있다고 주장한 녹취테이프가이 후보측 병역관련 의혹을 규명해줄 핵심단서가 될 수 있을까. 김씨는 그동안 이 녹취테이프에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가 국군춘천병원에서 신체검사를 거쳐 면제판정을 받은 과정에 개입했다는 당시 부사관 김모씨의 진술을 비롯, 이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3명의 진술이 담겨있다고 주장해왔다. 김씨는 그러나 "녹취테이프가 언론에 미리 공개될 경우 관련자들이 입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수사에 방해될 수도 있기 때문에 향후 수사상황을 지켜보면서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김씨가 "녹취테이프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연씨의 신검부표가 폐기된 상황에서 녹취록에 담겨있는 관련자 진술만으로 과연 이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의혹을 풀 수 있느냐는 점이다. 만약 병역비리에 개입한 인사들이 검찰수사에 대비, 입을 맞출 경우 녹취테이프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물증이 없다면 테이프의 신뢰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 일부 녹취테이프는 수년전 김씨가 병역비리 수사에 참여했던 기간에 확보한것인 만큼 관련자들의 기억이 쇠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상대방 동의없이 녹음됐을 경우 재판과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힘들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이런 시각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씨는 "병역비리 수사는 특성상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의 진술에 의존해서 수사를 벌일 수 밖에 없지만 그간의 수사과정에서 관련자들간 진술상 조그만 차이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자백을 받아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병역비리는 통상적으로 한 건당 브로커, 병무청 직원, 군의관 등 4∼5명이 조직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이들이 전부 입을 맞출 수가 없고, 입을 맞춘다 하더라도 조사를 계속하면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진술이 엇갈리기 마련이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대업씨 녹취테이프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며 테이프 입수와 별도로 광범위한 방증수사를 벌일 방침임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