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가 맥없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 급제동, 제조업지수의 급격한 하락과 실업자 증가 등 이어지는 미국발 악재에 충격을 받아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종합주가지수는 사흘 연속 하락, 한 때 690선 밑으로 추락했다가 개인매수세에 힘입어 가까스로 700선대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코스닥지수도 57선대로 밀려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시장이 회복세로 전환되지 않은 한 당분간 지지부진한 장세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면서 시장이 방향성을 잡을 때까지 단기매매에 치중하거나 관망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종합주가지수는 강력한 지지선인 700선대의 20일 이동평균선을 지켜내지 못할경우 65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매도가 직격탄 미국발 악재와 계속되는 외국인 매도로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엔론사태 등 대규모 회계부정에 이어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면서 경기가 후퇴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로 나온데다 제조업지수가 50.5로 지난달의 56.2에서 급격하게 낮아져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수가 38만7천명으로 3주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6월의 건설지출도 당초 0.3%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2%가 감소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달러 약세와 중남미 경제위기도 뉴욕증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때문에 미국 증시는 지난 1일(현지시간) 큰 폭으로 떨어진데 이어 주말인 2일에도 하락세가 지속됐다. 다우지수는 193.49포인트(2.27%) 급락한 8,313.13을 기록했고 나스닥지수도 32.08포인트(2.51%) 떨어진 1,247.92에 마감됐다. 하락세가 진정되는듯 했던 미 증시가 불안하게 움직이자 우리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핵심 블루칩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15일부터 지난주말까지 1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 650선까지 추락 가능 미래에셋운용전략센타 이종우 실장은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를 보면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재진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최악의 경우지수가 650선대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미국 증시는 그동안 '더블 딥'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움직였기 때문에 더 이상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상승세로의 추세 전환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브릿지증권 김경신 상무는 "미국시장의 급락과 달러약세, 중남미 경제불안 등이복합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예탁금도 최근 9조3천억원대로 연중 최저수준이어서 매수세력 부재에 빠졌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주가 흐름을 볼 때 당분간 650∼750선대의 박스권 등락을 보일 것"이라면서 "향후 20일 이동평균선의 700선대 유지 여부가 추세적인 하락이냐 아니냐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미국의 경제지표들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고 있지만 뉴욕 증시가 이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이달 중순이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IT산업 생산.출하 지수도 회복은 더디지만 최악의 상황을 지났기때문에 최근 주가 하락국면을 매수의 기회로 본다"면서 "지수는 700∼800선대에서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 사지말고 기다려라 전문가들은 대부분 요즘과 같은 하락국면에서는 주가가 방향성을 잡기전까지 단기매매에 치중하거나 관망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교보증권 김석중 리서치담당 상무는 "미국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최근 경기사이클이 짧아지면서 변동의 진폭도 크게 나타나고 있어 박스권 등락을 이용한 기술적인 매매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종우 실장도 "장기적인 매매보다는 짧게 매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대형주보다 낙폭과대 우량주인 중소형주를 투자대상으로 삼는게 수익률 면에서 유리해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 jaeho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