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부의 주5일 근무제 입법 움직임과 관련, 방용석 노동부장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은 경제단체장이 특정사안에 관해 관련부처 각료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한 내용을 보면 주5일제 강행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기업경쟁력을 도외시한 주5일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지금까지 누누이 강조해온 입장을 다시한번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이를 다시 거론할 수밖에 없었던 재계의 고충은 십분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다고 하겠다. 오죽 답답했으면 이런 이례적인 방법까지 동원했을까 하고 생각해볼 때 재계의 위기감이 피부로 느껴지기도 한다. 정부가 공언한대로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주5일제 입법을 강행할 경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자칫 정치논리가 개입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믿음이 가지 않는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겉으로는 노사정 합의를 추진한다면서 뒤로는 은행권을 내세워 변칙적인 토요휴무제를 강행토록 한 것만 봐도 '각본은 이미 짜여져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태도가 이렇다보니 대선에서의 노동계 표를 의식, 핵심쟁점인 임금보전 문제나 휴일수 조정 등에서 재계의 입장은 도외시한채 노동계의 주장만 대폭 반영된 법안을 만들어 놓지나 않을까 걱정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재로선 노동계와 재계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묘책이 보이지 않는데도 정부가 단독입법을 강행하려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모든 이슈가 정치쟁점화 되기 쉬운 이 시점에서 정치논리에 쫓기듯 주5일제 입법을 서둘러 박 회장의 말대로 '경제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놓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