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종 경기는 주요 원재료인 펄프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반도체 D램 가격이 전체 IT(정보기술)경기를 이끌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올 상반기까지는 국제 펄프가격이 하락세를 보여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펄프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여 업체들의 원가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에는 펄프가격 하락과 함께 지방선거,월드컵 특수 등에 힘입어 업체들의 수익성이 호전됐다. 펄프가격은 지난 2000년 8월 ?당 7백10달러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올 6월에는 4백80달러까지 떨어졌었다. 지방선거 및 월드컵 특수까지 겹쳐 업체들의 출하량이 작년 동기 보다 4.1% 늘고 마진도 두배 이상 높아졌다. 하반기에도 수급사정은 좋겠지만 4·4분기부터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폭은 둔화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에도 제지경기는 아시안게임과 대통령선거 등 특수 요인에 힘입어 수급은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익성면에선 악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인쇄용지 수출가격과 국제 펄프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인쇄용지수출가-국제펄프가)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스프레드는 작년 1분기 ?당 41달러에서 4분기 2백52달러로 커졌다. 올들어서는 1분기 2백35달러,2분기 2백41달러를 유지했다. 하반기 펄프가격의 상승으로 스프레드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선물가격 움직임도 현물가격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펄프 선물가격은 8월 ?당 4백53달러에서 12월 4백77달러로 오른 뒤 내년 12월에는 5백62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펄프가격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노스칸(Norscan) 재고를 살펴봐도 향후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 노스칸 재고는 세계 펄프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북미(미국 캐나다)와 스칸디나비아반도(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의 펄프 재고량을 나타낸다. 과거 통계상 노스칸 재고가 줄어들면 5주 후부터 펄프가격이 상승했었다. 우리증권에 따르면 노스칸 재고는 작년 2월 2백만?을 기록한 이후 지난 6월에는 1백34만?으로 감소했다. 올들어 지난 1월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같은 펄프가격 전망을 근거로 할 때 하반기 제지업체의 수익성은 펄프가격 상승분 만큼 제품가격을 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증권 김영진 연구원은 "하반기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한국제지 신무림제지 한솔제지 등을 단기투자 유망종목으로 꼽을 수 있다"면서 "제지업체들이 3분기까지는 매출과 수익성 개선추세를 이어가겠지만 4분기부터는 수익성이 다소 악화될 것으로 보여 단기적인 접근이 좋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