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주권시대를 알리는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된지 한달이 됐다. PL법은 각종 제조물로 인해 신체 및 재산상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제조업체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그동안 제조업체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해야 했던 것을 제조물에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되도록 해 손해를 쉽게 배상받도록 한 제도.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 법은 7월1일부터 생산 유통된 제품에 적용되기 때문에 아직 PL법과 관련된 소송 사례는 없었지만 업종별로 설치된 상담센터에는 소비자문의가 점차 늘고 있다. 각 상담센터는 한결같이 "단순 제품고장과 자신의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가 PL법 적용이 되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은 앞으로 PL법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제품 결함을 없애기 위해 생산공정에 더 신경을 쓰고 경고문을 강화하는 등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전자업종의 경우 지난 한달간 전자산업진흥회 산하 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건수가 3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내용은 `냉장고 모서리에 부딪쳐 발을 다쳤는데 PL법 적용이 되느냐', `젖은 양말을 말리려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불이 났는데 제조업자 책임이 아니냐'는 등 일상적 사고가 PL법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 또 중소제조업체의 PL법 관련 보험가입 절차 문의도 10여건에 달했다. 상담센터 관계자는 "아직 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LG전자, 삼성전자도 PL사무국, PL운영위원회 등 관련 조직에 눈여겨 볼 만한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대구 운전자가 7월초 급발진 사고를 당했다며 협회 산하 상담센터에 PL법 적용 여부를 물었으나 7월 이전 출고된 차량이어서 대상이안된다는 답변을 해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센터에는 법 시행 이후 30여건이 접수됐으나 아직 법을 적용할 만한 사례는 없었다는 것. 수입차업계는 정식으로 해외 본사에서 수입권을 따내지 않은 병행수입업자(그레이 임포터)로부터 구입한 제품은 체계적인 AS와 피해구제 절차를 밟을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건설업계는 PL법 1차적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 아래 별 대비책은 세우지 않고 있으며 업체별로 접수된 피해신고도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PL법 시행 한달이 가까워 졌는데도 관련 협회 차원의 상담 및 피해신고 센터도 갖춰지지 않았으며 업체별로 법제팀에서 법 시행에 따른 영향력을 검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철강업종도 생산제품이 소비재가 아닌 자본재라는 특성상 소비자로부터 직접 클레임이나 소송을 당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협회 차원의 상담기구를 설치하지 않고 업체별로 개별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제품이 중후장대한 만큼 최종 소비재 결함이 소재인 철강에 따른 것이라고 판정나면 그 규모 역시 클 수밖에 없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keyke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