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국내 최대 카드사인 LG카드가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시가 총액 11위인 LG카드의 실적발표에는 언론과 투자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날 실적보고에서는 카드사 평가를 위한 기본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는 카드이용액(취급액)에 대한 정보가 빠져 있었다.


LG카드측은 취급액을 발표하지 않은 이유를 "기업의 외형보다는 내실로 평가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외형으로 평가하느냐 내실로 평가하느냐는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이 판단할 몫이다.


또 내실로 평가한다는 게 '외형은 소홀히 한다'는 뜻도 아닐 것이다.


평가받는 기업의 입장에선 외형에 관한 자료건 내실에 관한 자료건 모두 공개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LG카드가 취급액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카드와의 신경전이 그 배경이라는 것이다.


최근 3∼4년간 LG카드는 카드이용액에서 삼성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려 업계 1위 타이틀을 지켜왔다.


"LG그룹 계열사 중 삼성 계열사를 유일하게 앞서고 있는 회사가 우리 회사"라는 LG카드 직원들의 자부심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해 회사가 상장되면서부터 모든 기업실적을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할 수밖에 없게 되자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라이벌 삼성카드(비상장)가 시장에 공개된 LG카드의 실적을 보고난 뒤 무리하게 카드이용액을 늘려 혹시 1위 자리를 빼앗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거리가 생긴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LG카드는 금융감독원에 실적을 제출하는 이달말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취급액을 공개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LG카드의 이런 입장은 경쟁이 치열한 신용카드 시장의 상황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투자한 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도 알 수 없게 된 투자자들로서는 LG카드측의 태도를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철규 경제부 금융팀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