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외환시장을 둘러싼 대내외적 여건이나 시장 심리는 환율의 본격적인 1,160원대 진입을 예상케하고 있다. 정부와 외환당국이 환율의 추가 하락시마다 제동을 걸기 위한 시도를 잇고 있으나 일시적인 반등이 있을 뿐 추세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미국 기업들의 회계부정 스캔들과 뉴욕 증시 하락과 맞물린 달러화 약세의 지속 가능성이 크게 부각돼 있고 월말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도 수급불균형을 점치게 한다. 이번주 환율( 7. 22∼ 7. 26)은 하락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시장과 정부의 대결이 계속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하락 관성을 끊기 위한 정부의 속도조절용 개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바닥 확인을 위한 시장의 거래패턴이 힘을 발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1,150원대까지의 강한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시장 참가자들은 "반등 기대는 거의 어렵다"며 "미국 달러화 약세가 여전하고 월말을 앞두고 네고물량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환율 하락에 무게를 싣고 있다. ◆ 가까운 1,160원대, 먼 1,180원대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6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159.31원, 고점은 1,178.63원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169.50원, 고점인 1,182.50원에서 추가로 하향한 것. .(※ 외환표: 은행권 딜러 주간환율 전망) 조사결과, 아래쪽으로 '1,160∼1,162원'을 저점으로 지목한 견해가 11명으로 압도적이었으며 '1,150∼1,155원'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관점이 3명이었다. 소수 의견으로 2명이 '1,165원'을 하향의 한계로 지목했다. 위쪽으로는 8명의 딜러가 '1,180원' 위에서는 팔자는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이어 6명의 딜러가 '1,172∼1,176원'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수 2명이 '1,185원'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주 환율은 주초 반등 기대감과 달리 네고물량 등 공급우위의 장세에 밀려 16일 장중 20개월 최저치인 1,169.50원까지 떠밀렸다. 뉴욕 증시의 하락과 맞물린 달러화 약세 흐름도 여전, 하락 압박이 전반적으로 시장을 지배했다. 다만 환율은 정부의 구두개입과 일부 국책은행의 매수세가 기울인 1,170원 방어 노력에 힘입어 1,170.6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지난 2000년 11월 21일 1,167.50원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자 연중 최저치. ◆ 달러화 반등 기대 미약 = 미국 달러화가 힘을 잃은 기색이 완연하다. 지난주 유로화와 등가까지 다다른 뒤 그 이하로 하락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달러화는 미국 기업들의 잇단 스캔들로 고개를 숙이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주 말 달러화는 유로에 대해 2년 반 최저치까지 하락했고 엔화의 경우에 2001년 2월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도달했다. 달러/엔은 115.82엔으로 재차 115엔대로 진입, 바닥 확인에 다시 들어간 모양새다. 지난 18일 달러/엔은 미국기업 실적 기대감을 배경으로 117엔대로 진입했다가 재차 반락, 117엔대 진입이나 반등이 어려움을 보여줬다. 미국 5월 무역수지 적자는 376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인 354억달러를 상회, 대미 투자부진 우려가 불거졌다. 특히 미국 기업들의 잇단 회계부정 의혹에 이어 미국 4위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에 대한 법무부와 식품의약국(FDA)의 조사 등은 뉴욕 증시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 경제지표나 기업 스캔들, 뉴욕 증시의 하락이 전방위로 달러매도 압력을 가하고 있는 셈.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 경상수지 적자확대,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세계적인 달러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외환당국의 직간접 개입에 대한 우려가 계속 상존하고 있지만 달러/엔은 115엔대 하향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 수급불균형의 지속 = 업체들 네고물량이 계속 공급되고 있는 데다 월말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도 물량부담을 지속케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일부 국책은행 등의 정책성 매수로 추정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매수세력이 실종된 측면에서도 수급불균형은 불가피하다는 측면이다. 박용일 하나은행 딜러는 "수급상 공급우위의 장이 지속되고 국책은행 매수세 이외 수요요인이 전무한 상태"라며 "시장참가자들의 마인드가 하락 쪽으로 기운 데다 지난주 달러매수(롱)플레이가 번번이 실패해 롱마인드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유사 등지에서도 단가조절을 위해 보유물량을 내놓고 있으며 여전히 악성매물이 대기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역외세력의 매도 공세도 엔/원 환율 수준이 높다는 측면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SK(주)와 SK글로벌이 추진중인 SK텔레콤 지분 매각의 성사여부도 변수로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가 중립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17억달러에 이르는 매각대금 전액을 시장에 아무 영향도 없이 처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정부 방어력이 관건 = 지난주 금요일 김대중 대통령이 "변동환율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간섭은 안되지만 급격한 환율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의 타격을 막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정부가 계속 협력,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잇단 구두개입에 더불어 대통령까지 나서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감을 표명했다. 외환당국은 지난주 3번에 걸쳐 1,170원 방어에 나섰다. 일부 은행에 대해 중장기 차입을 못하게 하는 등 시장에 달러공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그러나 환율은 속도조절 외의 반응에 그쳤을 뿐 시장 참가자들은 반등시 매도전략을 유지했다. 정부가 월말로 접어들기 전에 환율 하락 속도를 완화하기 위해 1,170원을 지지하게끔 유도했지만 이번주 월말 네고장세로의 연결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방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주 외평채 발행분 7,000억원이 실탄으로서 작용, 하락 속도를 제어하는 요인이다. 정인우 도쿄미쯔비시 딜러는 "외평채를 감안하면 월말 네고물량을 감당할 수 있고 정부가 1,170원을 115엔이 깨질 때까지 막을 것이란 소문이 있다"며 "1,170원대에서 바닥이 형성되면 업체들이 달러를 살 가능성이 있으나 기존 악성매물을 감안하면 1,160원까지 바라보는 장세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환 방어의지가 작용할 것으로 진단, 달러/엔이 115엔 밑으로 급락하지 않는다면 1,170원대에서 조정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