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적발된 공적자금비리 사범들은 대체로 분식회계를 통한 사기대출이나 금융기관 인수를 통한 부당대출로 결국 기업과 금융기관의 동반부실을 초래, 거액의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또 변칙회계 등으로 수십억대의 비자금을 조성한뒤 각종 이권청탁과 관련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금품로비를 벌인 사례도 다수 적발돼 공적자금 비리의 새 유형으로 자리잡았다. ◇ 공적자금 비리실태 = 보성인터내셔널과 세우포리머 등 5개 계열사로 구성된 보성그룹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전후해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자금압박이 결국 공적자금 투입으로 귀착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김호준 전 회장은 97년 11월 420억여원을 끌어들여 인수한 나라종금이 IMF로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끝에 영업정지되자 종금사 자금을 기업체에 빌려주고 그 자금을 종금사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하는 편법대출로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을 맞춰 영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나라종금 돈 2천995억원을 상환능력이 거의 없던 보성그룹에 불법대출해 주도록 했으며, 결국 나라종금은 당시 기아자동차,한라그룹, 대우그룹 등에 대한 부실여신이 겹치면서 2차례에 걸쳐 2조998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보성그룹은 98년 6월부터 99년 12월까지 401억원을 분식회계한 뒤 568억원을 불법대출받기도 했는데, 홍콩 히스파노아메리카노 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 450억여원 상환시 자본금 감소를 우려, 외국회사에 투자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는 등 다양한 수법으로 분식회계가 이뤄졌다. 오디오 및 비디오테이프 제조업의 선발주자였던 SKM(선경마그네틱)도 과도한 설비투자에다가 93년 법정관리중이던 동산C&G(옛 동산유지)를 인수하면서 파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구속된 최종욱 전 회장은 140억원의 SKM 분식회계를 통해 1천258억원을 사기대출받았으며, 이중 1천42억원을 동산C&G 정상화에 쏟아부었으나 결국 두 회사는 모두2000년 11월에 부도가 났고 동산C&G는 작년 2월 파산했다. 부실기업들은 다양한 수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이용해 각종 이권청탁에도 나섰는데 대부분의 경우 정.관계 고위인사들에 대한 금품로비로 이어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광역자치단체장이나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됐다. 세풍제지에서 출발, 전북도에서 사세를 확장해온 세풍그룹은 고대원 전 세풍 부사장이 96년 전주민방 사업자 선정을 위해 39억원의 회사돈을 빼돌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나 청와대 수석을 지낸 L씨 등에게 직.간접적으로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용 전 세풍월드 부사장은 전북 군산시 일대에서 F1그랑프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역시 회사재산 9억여원을 횡령, 이중 유종근 전 전북지사에게 3억원을 제공했으며, 전병희 전 대우자판 대표도 송도 신도시에 대우센터 건립을 위한 용도변경 등의 대가로 최기선 전 인천시장에게 3억원을 전달하고, 이재명 전 의원, 송영길 의원에게도 각각 3억,1억원의 정치자금을 건넨 사실이 밝혀졌다. 민유태 중수1과장은 "공자금비리의 밑바탕에는 분식회계가 있고 이는 악마의 유혹과도 같다"며 "회사 부실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회생을 위한 정치권 로비도 빠짐없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수사초점 = 검찰은 공적자금 투입유발 사범을 적발하는 일 외에 은닉재산 환수 등을 통해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작업에 보다 중점을 둘 방침을 밝혔다. 이미 투입된 자금은 어쩔 수 없지만 국민경제를 위해 최대한 이를 회수하는 일에 반환점을 지난 공적자금비리 수사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다. 검찰은 자금 회수의 일환으로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뒤 해외도피중인 윤모 전 M사 대표, 이모 전 S사 대표, 김모 전 K사 대표 등의 범죄혐의를 확정, 인터폴 등을 통해 이들을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검찰은 또 보성그룹 등 일부 부실기업주들이 여권실세에게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진상을 확인키로 했다. 한편 검찰은 수사 후반기에 공적자금의 조성.관리.집행과정에 관여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관련 공무원들이 대거 사법처리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