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경악케 한 '월드컵 4강'이후,탁월한 지도력의 히딩크,불굴의 의지를 불태운 태극전사,열광적 국민 응원,이 모든 것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관심을 갖고 발전시켜야 할 과제는 월드컵 기간 중 볼 수 있었던 우리 여성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가 아닐까. 우리 국민이 마음속에 갖고 있던 외국인과의 거리감을 히딩크를 통해 줄일 수 있게 된 것이 월드컵의 큰 수확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값진 수확이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여성들이 더욱 활발한 사회참여 행태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수많은 군중이 결집했는데도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여성이 절반을 차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성들 경기인 축구를,그것도 축구장은 구경도 해 보지 못한 대다수 여성들이 그렇게 열렬히 환호했다는 것은 어떠한 경제·사회이론도 사전적으로 예측할 수 없었던 역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여성들의 이 큰 잠재능력을 사회발전에 연결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8%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평균치보다는 12%포인트 낮다. 우리보다 무려 30%포인트나 높은 OECD 국가도 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는 사회안정에 기여한다. 가계 소득원이 남성 혼자일 경우에 비해 실업의 여파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지 않으면 1인당 소득을 선진경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없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부를 창출해야만 국가경제의 규모도 커지고 1인당 소득도 증가할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여성부'라는 특이한 정부조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영문명칭은 '성평등부: Ministry of Gender Equality'이며,'남녀평등사회 구현'을 의미하기 위해서 그런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남성우월주의가 횡행한 사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수긍은 간다. 그러나 결과의 평등에 집착하게 되면 자칫 추구하는 목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잠재능력을 가진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를 높이는 것보다 더 높은 우선순위를 가진 정책은 있을 수 없다. 노동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강성노조는 노동절약적 기술발전을 지나치게 가속화시켜 결국 고용감소를 가져온다는 것이 시장원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강성노조 때문에 이득을 보는 노동자도 물론 생기겠지만,취업기회가 줄어 잠재실업자는 더 늘 수도 있게 된다. 남녀평등정책도 시장원리와 괴리될 경우,동일한 논리가 적용돼 여성잠재취업자들에게 불리한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남녀차별을 포함한 시장에서의 각종 차별은 시장이 경쟁적이 되면 사라진다. 경제글로벌 추세와 대외개방이 진전되면 시장은 경쟁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글로벌 추세에 따라 성별 임금격차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추세가 심화되면 노동자간 임금격차는 더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 기술과 경험에 따른 프리미엄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것은 여성차별과는 구분되나,여성이 경험차별의 불이익을 입게 될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여성이 기술을 습득하고 경험을 쌓게 해야 하며,노동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미국에서도 유색인종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 매우 심했다.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도 폈지만,기본적으로 시장이 경쟁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차별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 우리 이민자들이 성공한 것은 정책에 의한 혜택보다 시장이 경쟁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글로벌 개방추세를 통해 시장을 더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파트타임제도를 정착시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늘리고,시장수요에 맞는 인력공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공급자 모두 선택의 폭을 높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자원봉사활동도 경험축적의 기회를 확대한다는 의미에서 바람직하다. 취업 저변을 확대하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 여성부가 '남녀평등부'보다는 '여성취업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넘쳐나는 여성 에너지를 국가발전의 원동력으로 연결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포스트월드컵 대책이 있을까. chs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