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00년 7월 중국과의 '마늘분쟁'을 타결지으면서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세이프가드 연장불가 합의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음으로써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아 신뢰에 먹칠을 하게 됐으며 마늘재배 농가들은 중국산 수입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당시 합의된 내용은 "2003년 1월부터 한국수입상은 냉동.초산 마늘을 자유롭게 수입할 수 있다"는 것. 박상기 외교통상부 지역통상국장은 이와 관련, "합의가 국가간 약속인 만큼 현실적으로 세이프가드 조치를 올해를 넘겨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무역위원회가 이르면 내주중 위원회를 열고 세이프가드 연장 신청에 대해 조사착수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정부간 합의를 깰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취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마늘 농가 보호책으로 세이프가드 이외의 대안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년부터 국내 마늘재배 농가는 중국산 마늘에 시장을 잠식당할 수밖에는 없게 된 것이다. 지난달 28일 국내 마늘 농가의 의견을 담아 세이프가드의 연장을 신청한 농협중앙회 정태호 조사부 부부장은 이에 대해, "어이가 없다"면서 "중국산 제품이 무제한 수입되면 국산 마늘의 가격 하락으로 약 50만 가구에 달하는 마늘 농가의 연간 소득이 1천700억∼1천8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마늘 농가들이 아직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에 대한 시장 개방은 재배방법 개선과 기계화 등을 통한 그동안의 경쟁력 제고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것이라는 우려다. 외교통상부는 그러나 당시 합의는 불가피했고 농림부를 비롯해 재경부, 산자부 등 관계부처간의 협의하에 이뤄진 적절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박 국장은 "당시 중국측의 기본 입장은 3년이내에서 세이프가드를 실시해야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이었고 휴대폰 수입금지 등 급박한 상황에서 이런 중국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농림부의 `내용을 잘 몰랐다'는 태도에 대해 "당시 농림부의 경우 협상대표단에 참여했고 모든 협상 결과를 공유했는데 이제와서 왜 그런 입장을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에 대한 합의내용이 알려지지 않은데 대해"당시에는 보복조치 철회가 관심사안이었기 때문에 그걸 부각해서 설명했다"면서 의도적인 은폐 의사는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