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를 피해라.' 제131회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우승컵을 노리는 선수들에게 떨어진 지상과제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 라운드를 치른 선수들은 한결같이 148개에 이르는 벙커를 피해 티샷을 안전하게 떨구는 최상의 방법을 찾는데 골몰했다. 대회가 열리는 뮤어필드골프링크스 전장(全長)은 파71짜리 골프코스로서는 다소 짧은 7천34야드. 10년전 닉 팔도(영국)가 나무로 만든 헤드를 장착한 클럽으로 우승했을 때에 비해 파3홀은 거리를 조금 늘렸지만 나머지 홀의 길이는 똑같아 티타늄 헤드와 고탄성볼로 무장한 장타자들에게는 만만해보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장타자로 꼽히는 타이거 우즈(미국)의 연습 라운드는 철저하게 벙커를 피하는 전략 아래 이뤄졌다. 난생 처음 접해보는 뮤어필드를 이틀 동안 샅샅이 뒤진 우즈는 "벙커가 아주 교묘하게 배치된 코스"라고 평가했다. 다양한 샷을 연습한 우즈가 연습 라운드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티샷. 파5홀에서도 거의 드라이버를 잡지 않은 우즈는 주로 티샷한 볼이 얼마나 굴러가느냐를 면밀히 살폈다. 굴러가는 거리가 많은 코스 특성상 예기치 않게 벙커에 빠지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 14번홀(파4. 448야드)에서는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린 뒤 세컨드샷은 3번 아이언으로 처리하는 이례적인 코스 공략 방법을 테스트해보기도 했다. 티샷을 드라이버로 때리면 거의 페어웨이 벙커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선수들이 경계하는 것은 벙커 뿐 아니다. 종잡을 수 없이 불어대는 강풍과 거침없이 자란 러프도 골칫거리다. 우즈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바람이 불면 세컨드샷에 확신을 가지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두려움을 토로했다. 전형적인 스코틀랜드의 봄날씨와 달리 올해 유난히 비가 잦았던 탓인지 뮤어필드의 러프는 무릎 높이까지 자란데다 억세기 짝이 없다. 페어웨이 폭이 고작 8.8m에 불과한 이곳에서 티샷을 러프로 날리는 것은 한마디로 '지옥행'이다. 이 때문에 '파워샷'보다는 '컴퓨터샷'을 구사하는 선수가 절대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이곳에서 두차례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오른 팔도는 "선수들의 기량을 공정하게 테스트하는 코스"라고 평했고 샷의 정확도가 뛰어난 짐 퓨릭(미국) 역시 "공평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치는' 우즈가 뮤어필드의 벙커와 러프, 강풍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흥미진진하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