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로 빠져들고 있다. 하락과 관련한 각종 기록들도 매일 다시 세워지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일한 지 3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는 증권사 고참직원의 말처럼 요즘의 시장 상황은 대부분의 증시관계자들이 처음 겪는 일들인 만큼 상황대처도 쉽지 않다. 지난주 다우지수는 7.4% 떨어지면서 8,684.53을 기록했다. '7.4%'란 하락폭은 지난해 9·11테러 직후 폐장됐던 증시가 처음 열렸던 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S&P500도 9·11 이후 가장 큰 폭인 6.8% 떨어졌다. 나스닥은 5.2% 하락한 1,373.50. S&P와 나스닥은 5년 전인 97년의 주가 수준이다. 올 들어 낙폭은 다우 13%,S&P 20%,나스닥 30% 선이다. 분석가들은 지금은 나스닥보다 다우가 더욱 불안한 양상이라고 지적한다. 나스닥은 떨어질만큼 떨어졌으나 다우는 아직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이번주의 최고 관심사가 8,600선대로 떨어진 다우가 9·11 이후 최저점을 테스트할지 여부다. 현재로선 비관론이 우세하다. 연일 분식회계 관련 스캔들이 터지고 각종 루머가 횡행하기도 한다. 투자심리가 갈수록 꽁꽁 얼어붙고 있다. 투자심리 냉각과 주가하락은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민간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의 주춧돌이다. 지난 12일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7월 소비자감정지수는 전문가들의 예상(93)보다 훨씬 낮은 86.5를 기록했다. 6월(92.4)보다 5.9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달 만에 5.9포인트 급락한 것도 9?11테러 이후 처음이다. 소비심리가 움츠러들면서 소비 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폭락이다. 미국의 소비동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종목 중 하나로 평가되는 가정용품 수리판매체인 홈디포가 이날 7.2% 급락하며 주당 30달러 밑으로 내려가는 등 올 들어 무려 43% 하락하기도 했다. 물론 반등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가가 빠질만큼 빠진 데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2분기 수익발표가 반등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낙관론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실제 2분기 주당 수익이 44센트로 전년 동기보다 14% 늘어났다고 발표한 GE가 발표 당일인 12일 무려 4.6% 뛰어올랐다. 기술주들은 더욱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2위의 PC메이커인 델컴퓨터가 수익증가를 발표한 이날 4.3% 올랐고 역시 세계 2위 인터넷접속 장비메이커인 주니퍼네트워크스도 수익호전 발표로 주가가 뛰었다. 이번주는 분식회계 스캔들 확산과 기업수익발표가 엇물리면서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모터스 코카콜라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머크 등 이번주 수익 발표 예정인 주요 기업들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