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의 수렁에 빠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팀타순을 뒤섞으며 변화를 꾀했지만 뼈아픈 실책으로 7연패에 빠졌다. 김응용 삼성 감독은 9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현대전에서 최근 5경기 10타수 1안타의 극심한 슬럼프를 보이고 있는 양준혁을 중심타선 대신 1번타자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오더를 제출했다. 경기 전 김감독은 "잘 안되니까 한 번 해보는거지 뭐..."라며 무심한 말투를 흘렸지만 최근 팀이 부진에 빠진 것에 대한 깊은 근심과 함께 어떻게든 이날은 연패의 사슬을 끊어보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였다. 양준혁을 1번 타자로 내세워 선수 본인에게 자극을 주면서 팀 분위기도 한번 바꿔 보겠다는 것이 김 감독의 계산이었던 것. 프로 데뷔 10년차인 양준혁이 톱타자로 나선 것은 이번 시즌 처음이고 전에 뛰던 구 해태와 LG 시절에도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일. 하지만 김 감독의 이같은 작전은 경기 초반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양준혁은 1회초 타석에 들어서 평범한 내야땅볼로 물러난데 이어 3회에는 첫 타자로 나와 모처럼 중전안타로 출루에 성공했지만 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동우의 병살타로 득점 기회를 날려버렸다. 또 3회말에는 7경기에 선발등판해 3홈런만을 내줬던 선발 엘비라가 공교롭게도 박종호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김 감독은 고개를 떨궈야만 했다. 양준혁은 2-2 동점이던 5회 선두타자로 나와 역전의 발판을 삼는 연타석 안타를 터뜨리기는 했지만 6회 삼진으로 물러났고 8회에는 임재철로 교체됐다. 이때까지 삼성은 6-5로 근소하게 앞서 연패 탈출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9회말 마지막 수비에서 1사 만루를 자초한 뒤 배영수의 폭투로 동점을 허용했고 포수 진갑용의 패스트볼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해 연패 숫자를 '7'로 늘렸다. 양준혁을 비롯한 삼성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채 경기장을 벗어나 아무 말없이 버스에 올랐고 무뚝뚝하기로 유명한 김응룡 감독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수원=연합뉴스) 이봉석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