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행 매각을 위한 실무적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비인수후보자로 선정된 하나은행과 2개의 외국계 펀드가 그저께부터 실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앞으로 진행될 중요한 협상이 많지만 제일은행과 현대투신 사례에서 보듯 준비가 부족한 매각협상이 남긴 후유증이 너무나 컸다는 점을 되돌아보면 이번엔 결코 그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된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하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하며 그것을 충실히 지켜야 할 것이다. 시중은행 매각은 매각가격 못지 않게 국민경제적 차원에서 결정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인수자본의 성격과 경영능력이다. 조건이 비슷하다면 은행업 경영이 목적인 후보가 매매차익이 목적인 이른바 '은행 중개상'보다 적격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뉴브리지캐피털이 인수한 제일은행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시중은행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은 은행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없는 집단의 경영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또 경영목표가 짧은 시일내 주가를 높여 매매차익을 얻는데 집중돼 기업자금 공급문제를 소홀히 다룬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인수자본의 성격과 경영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변수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내·외국인에 대해 차별을 둬서도 안된다. 제일은행을 5천억원에 팔면서 뉴브리지에 준 3년간의 풋백옵션(사후 손실보전) 때문에 5조원을 추가지원하게 된 정부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지방은행 매각에서 풋백옵션이 없다는 방침을 밝혀온 것은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이다. 이번엔 어떻게 할지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인수후 손실문제에 대해 부가조항을 다는 것은 기업인수 협상의 국제적 관행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내국인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고 해서, 예상손실에 대한 추정이 어렵다고 해서 풋백옵션을 주지 않는다면 형평성에 어긋나고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예상손실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합리적으로 따지는 것이 올바른 접근일 것이다. 외국계 자본에 대해선 구조조정회사건 펀드건 성격을 가리지 않으면서 내국계 산업자본에 대해선 지분 소유한도를 10%로 묶어두고,갖가지 단서를 달아 사실상 4%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더 큰 역차별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은행의 대형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주인을 찾아주고 관치금융의 폐해에 종지부를 찍는 일이 시급하다는 점에서도 소유지분한도 확대는 차제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