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마지막 월드컵 축구경기가 벌어지던 날 베이징 주재 한국인들은 다시 시내 한 호텔 강당으로 모였다.


그들은 이전에도 그랬듯이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경기는 끝났다.


그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러나 집으로 향하는 그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응원장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그 무엇인가가 그들의 마음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곳 한국인들은 월드컵으로 인해 마음 고생을 한 유일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일부 중국언론의 악의적인 '한국 때리기'로 가슴에 멍이 들었다.


그들의 '한국 공격'은 치졸했다. CCTV 해설자는 "한국은 86 아시안게임,88 올림픽에서도 심판을 매수해 성적을 조작한 경력이 있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한 신문은 "한국팀은 아시아에 영광이 아닌 치욕을 가져다 주었다"고 악의적인 기사를 쓰기도 했다.


오히려 좀 멀게 느껴졌던 일본이 우리의 승리를 축하해준 것과 비교된다.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는 이번 월드컵의 '최대 고객'인 중국인들을 맞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


'함께 16강에 가자'라며 중국을 응원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많은 중국 파트너를 초청,우의를 다졌다.


그런 선의에 되돌아 온 것이 '한국 때리기'였기에 허탈감마저 들었다.


상사원들은 중국언론의 매정한 한국 공격에서 중국인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그릇된 '중화사상'을 발견했다.


대기업 상사원 K씨는 "소국(小國) 한국은 대국(大國) 중국의 주머니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었다"며 "그들은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세계 무대 중심부로 나가는 것에 배 아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는 끝났다.


중국 언론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라는 듯 한국에 호의적인 기사를 쓰고 있다.


한국 축구를 배워야 한다고 난리다.


그러나 '한국 때리기'를 잊는 한국인은 없다.


한 상사원은 '월드컵이 고맙다'고 했다.


중국인들 가슴속 깊이 감추어졌던 '한국 깔보기'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의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고,당당하게 대(對)중국 관계를 짜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