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태극전사들이 4강의 신화를 창조하는 동안 환희의 기쁨과 아쉬움의 눈물을 쏟은 것처럼 업계의 득실도 승패만큼이나 엇갈렸다. 특수를 기대했던 재래시장과 쇼핑몰은 일본 관광객의 급감에다 야간고객 감소로 조기 폐점이 잇달았고 길거리 응원에 고객을 넘겨준 백화점 등은 기대 이하의 매출에 입맛을 다셔야 했다. 반면 응원용품을 생산한 일부 의류업계와 월드컵 시청과 관련한 TV 메이커, 음료 주류업계, 편의점 업계 등은 월드컵효과를 톡톡히 누려 대조를 이뤘다. 특히 길거리 응원의 상징인 붉은색 티셔츠와 태극기는 각각 약 2천5백만장과 2천만장 가량이 팔리는 대기록을 세우며 이번 월드컵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 '길거리 응원' 덕 대박 잇달아 =월드컵 효과의 수혜자는 길거리 응원으로 속출한 히트 상품들. 폴란드전 50만명으로 시작한 길거리 응원인파는 터키와의 3,4위 결정전이 벌어진 지난 29일까지 모두 2천5백만명에 육박했다. 따라서 이들이 구입한 응원용품은 그대로 대박으로 이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최고의 히트상품은 단연 붉은색 티셔츠. 붉은색 응원용 티셔츠(Be The Reds, 나이키, 월드컵 공식티셔츠 등 포함)는 줄잡아 2천5백만장 가량 팔려 나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국민 두 명 중 1명꼴로 이 티셔츠를 착용하고 응원한 셈. 비더레즈 티셔츠를 제작 판매한 동대문 시장의 한 상인은 "몇몇 거상들을 중심으로 최소 수십억원씩 대박을 터뜨렸다"며 "8강 진출 이후엔 붉은색 실마저 동이 나 흰색 티셔츠를 염색해 만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월드컵 응원패션의 한 갈래였던 태극기도 이번 월드컵의 최대 수혜자. 덕분에 하루 10장도 채 못 팔던 영세 제조사들이 월드컵 시청도 포기하면서 밤샘작업을 해야 했다. 중.소형 태극기는 모두 2천만장 정도(업계 추산)가 팔려 나갔다. 업계에선 이같은 '레드패션'의 경제적 효과가 최소 7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있다. ◆ 맥주 생수 패스트푸드 특수 =길거리 응원 열기는 맥주 음료수 생수 컵라면 등의 판매 증가로도 이어졌다. 특히 호황을 누린 업태는 24시간 응원 열풍과 함께 붉은 악마들이 즐겨 찾은 편의점.편의점 업계의 6월 한달 매출은 지난달에 비해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청과 광화문 대학로 등 주요 지역은 한국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삼각김밥 맥주 생수 등이 불티나게 팔려 전체 매출이 최고 10배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LG25의 경우 월드컵 이후 9백개 점포의 하루 평균 매출이 5월 대비 15% 가량 증가했으며 특히 맥주는 38%, 생수 35%, 패스트푸드 16%, 음료 10.9%가 각각 늘어났다. ◆ 대형.디지털TV 대박 =월드컵을 보다 생생하게 즐기기 위한 디지털TV 구입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지난 4월 2만8천대에 불과했던 디지털TV 판매 대수는 5월 5만대, 6월 5만5천대 등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단체응원의 필수도구인 대형프로젝션 TV 판매량은 레스토랑 음식점 대형호프집 등의 수요가 폭발, 6월 중순까지 전년동기 대비 3백% 가량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 백화점 할인점 '한숨' =월드컵 개막 이후 TV 시청이나 거리응원 등에 고객들을 뺏긴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 등 유통업체들은 매출 부진으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의 6월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는 다소 증가했지만 이전까지의 증가 추세와 비교해보면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6일까지 13개 기준 점포의 매출액이 3천9백4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3천5백77억원과 비교할 때 10.3%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3∼5월까지의 평균 신장률인 19%에 훨씬 못 미친 수치. 할인점도 월드컵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6월 매출신장률은 작년 동기대비 11%로 1∼5월의 신장률 16%와 비교할 때 5%포인트 떨어졌다. ◆ 재래시장 '공차는 날 공치는 날' =주고객이었던 일본인 관광객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동대문 남대문 명동 이태원 등 재래시장의 매출은 월드컵 개최 전보다 오히려 대폭 감소했다. 동대문과 남대문에 소재한 패션쇼핑몰은 아예 한국 경기가 있는 날 영업시간을 대폭 단축하거나 휴무일을 바꾸는 등 영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 호텔 숙박업계 울상 =월드컵 기간내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매출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이 당초 예상보다 적게 들어오면서 롯데와 그랜드힐튼 등 서울시내 상당수 호텔의 6월(27일 기준) 매출은 작년 동기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그나마 높은 객단가 덕분에 10∼20% 가량 낮은 투숙률에서 발생한 손실을 가까스로 만회할 수 있었다. 영국 바이롬사의 객실 해약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롯데호텔(1천4백86객실)의 총 매출액은 월드컵 기간중 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의 1백10억원에 비해 10.9% 감소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