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동안 전세계를 축구열기로 달아오르게 했던 2002 한.일 월드컵이 어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월드컵은 72년의 대회 사상 최초로 아시아에서 열린데다 두나라가 공동으로 개최해 대회의 성공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역대 어느 월드컵에 비해서도 손색없는 대회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참으로 가슴 뿌듯한 일이다. 다만 폐막을 하루 앞두고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도발로 유혈충돌 사태가 발생,평화와 화합이라는 월드컵 정신이 훼손당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한국 대표팀의 선전 못지 않게 세계인들을 감동시킨 것은 '붉은 악마'들이 주도한 거리응원이었다. 그것은 우리들 스스로도 놀라운 체험이었으며 더할 수 없는 감동과 환희 속에서 꿈과 희망이 가득 담긴 우리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이제는 이 소중한 체험을 각자의 가슴에 갈무리하고 우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분출된 에너지를 창조적으로 결집하려면 우선 경제주체들이 앞장을 서야 한다. 지역갈등과 빈부격차 등 우리사회의 고질병을 치유하고 나아가 남북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월드컵 에너지를 경제도약으로 접목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동안 우리의 눈과 귀가 월드컵에 쏠려 있는 사이 우리 경제는 심상치 않은 조짐을 드러냈다. 많은 산업체에서 근로분위기가 이완돼 생산과 업무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산업생산은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며 수출 역시 지난해 6월(1백29억달러)과 비슷하거나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이제 국민 모두는 일상으로 복귀해 축구응원하던 열정을 제각각의 일터에 쏟아부어야 한다. 축구 4강에 오르기까지 우리 선수들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이제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