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옵니다.


한번이라도 학교 수업 현장에 나와 본 사람들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요."(서울 J고교 K 교사(31))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학교 생활규정 예시안'을 두고 일선 학교에서 말들이 많다.


교육부는 학생 체벌 기준이 포함된 학교생활 규정 예시안을 만들어 전국 초·중·고교에 배포했다.


예시안에는 '여고생의 경우 지름 1.5㎝,길이 60㎝ 이하의 나무 회초리로 허벅지를 10회 이내로 때린다''체벌은 다른 학생이 없는 곳에서 제3자를 배석시킨 뒤 진행한다' 등 구체적인 사항까지 명시돼 있다.


교육부의 예시안에 대해 교사들은 '탁상행정의 극치'라고 비난한다.


서울 S중학교의 L 교사(28)는 "체벌할 아이가 있으면 수업을 하다말고 빈 교실을 찾아 아이를 따로 데리고 나가 다른 교사까지 불러다 놓은 채 매를 때리라는 게 가능한 소리냐"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서울 K중학교 K 교사(32)는 "이건 교육부 관료들이 '교사는 아무 원칙도 없이 감정적으로 애들을 때린다'고 무시하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체벌 논란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고 어느 쪽이 옳다고 섣불리 말하기도 힘들다.


교육부 관계자 역시 "예시안이 절대적인 게 아니며 학교별 규정은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합의해 만드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예시안은 현실과 동떨어진 학칙을 재정비하고 '공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가 매를 들지 않는다고,체벌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교육부의 의도대로 공교육이 바로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교육 붕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획일적인 것만을 강요하는 현행 교육 시스템 때문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다.


교육부가 진짜 문제는 해결하려 하지 않은 채 지엽말단적인 것만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교육당국과 교사들간의 불신의 골이다.


교육부가 교사들에 대한 믿음이 없고 교사들 역시 교육부 정책을 불신하는 데 어떤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은 기우일까.


이방실 사회부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