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가가 미국발 악재와 국내 수급 악화로 폭락했다. 달러 환율과 금리도 급락, 미국을 진원지로 하는 불확실성이 '트리플 약세'로 현상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 리스크 동조화가 퍼지고 있다. 국내 주가는 지난해 9.11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 이후 최대의 하락률과 하락폭을 기록하며 연중최저치로 마쳤다. 하락종목도 거래소가 788개로 연중최대, 코스닥은 771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아시아주가도 모두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4% 이상 급락하며 10,000선 지지가 주목되고 있으며 대만의 가권지수와 홍콩의 항생지수 등도 연중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처럼 국내 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가가 급락한 것은 미국의 분식회계 문제가 다시 드러난 데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기다려왔던 첨단기술주 등 미국들의 실적개선 기대감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가 견조한 상태이나 대외불확실성이 얼마나 증폭될 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6월중 수출 증가율이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되는 상황에서 달러 약세 등 금융요인이 국내 실물경제의 견조함에 어느정도 악영향을 점검해야 할 시기이다. 특히 미국 시장이 지난 9.11 테러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반등력을 회복할 수 있을 지, 더 나아가 반등력이 추세를 전환시킬 수 있는지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6월말 결산을 앞두고 은행권 등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국채 등을 편입하는 자산배분(Asset allocation) 조정, 투신사 등 기관의 손절매 물량 출회 등 수급 악화가 진정될 때까지 보수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 종합지수 연중최저 = 26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4.05포인트, 7.15% 급락하며 701.87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연중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8일 693.70 이래 최저치다. 장중 699.15까지 떨어지며 지난 1월 2일 690.36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락률로는 지나해 9.11 테러 다음날인 9월 12일 12,02% 급락 이래 최대 폭락했다. 코스닥지수는 56.63으로 5.25포인트, 8.48% 급락, 전날 61.88 이래 다시 연중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0일 56.45이래 최저치다. 거래소와 코스닥 모두 무차별적으로 급락, 전업종이 하락했으며 하락종목이 거래소가 788개로 지난해 9.12일 844개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771개로 지난 19일 738개를 깨고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거래소 하한가는 128개에 달했고, 코스닥은 381개 종목이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코스피선물 9월물은 88.60으로 전날보다 6.45포인트, 6.79% 급락했다. 시장베이시스는 마이너스 0.01로 백워데이션을 전환했다. 그러나 장중 콘탱고를 지속하면서 프로그램 매매는 저가 매수와 함께 증가하며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프로그램 매수는 비차익 1,160억원을 포함해 2,250억원이었고 매도는 비차익 772억원을 포함해 1,364억원이었다. 투자자별로는 거래소의 경우 개인이 1,068억원, 외국인이 369억원을 순매수했으나 기관이 1,291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투신이 918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은행, 기금, 보험, 증권 등 대부분 기관이 순매도에 열중했다. 코스닥은 개인과 외국인이 30억원대의 순매수를 했으나 증권 60억원, 투신 47억원 등 기관이 순매도를 지속했다. ◆ 미국 시장 안정이 우선 = 시장에서는 월드컴의 분식회계나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의 실적 악화가 나스닥 선물 급락을 몰고 오며 국내와 아시아 주가가 급락했다고 진단했다. 올들어 엔론 사태 이후 투자자의 의혹이 증폭된 가운데 월드컴이 다시 회계조작으로 실적을 '뻥튀기'했다 들통났고, 첨단주의 대표주자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지난 3∼5월중 주당 4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분식회계로 인한 시장 불신의 증폭, 실적 악화 등 펀더멘털 약화 사태가 지속될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욱이 지난 5월중 소비자신뢰지수가 106.4로 전달 110.3보다 낮아지는 등 6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미국의 경기둔화가 경계심을 낳고 경기회복의 시그널로 인식된 금리인상 시기는 연말께로 점점 후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특히 주가 급락과 함께 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금리 역시 경기회복 속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낙폭을 다시 키우는 등 금융시장이 국내외 할 것 없이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의 선순환 고리가 깨지면서 '트리플 약세'가 국제 금융시장에 동조화되고 있는 셈이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좀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G투자증권의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시장이 실적 부진과 분식회계, 경기회복 지연, 달러 약세 등 상황이 복잡해지며 더블딥의 우려감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시장의 혼란상이 펀더멘탈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국내 수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황 팀장은 "국내 경제가 견조해 저가 매수를 권하고 싶으나 일단 해외 불확실성의 영향력이 큰 만큼 3/4분기 이후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최소한 단기적으로 냉정하게 미국시장의 안정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증권의 김승식 증권조사팀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기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성장이 예상되고 하반기 중 세계경기는 전반적으로 회복세가 유지될 것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미국의 성장둔화요인은 중화권 경게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상쇄한다는 것이다. 특히 김 팀장은 조정 이후 하반기 증시 모멘텀 변수로 △ 미국증시의 바닥권 확인 여부 △ 국내 기업들의 2/4분기 실적 결과 와 3/4분기 실적 기대 △ 충분한 주가 조정 여부로 꼽았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