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준결승에서는 야신상에 명함을 내민 양팀 골키퍼 이운재(수원)와 올리버 칸(바이에른 뮌헨)의 `거미손' 대결이 최고의 재미를 선사했다. 8강전까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각각 2골(이운재)과 1골(칸)만을 내주며 게임당 평균 실점에서도 박빙의 대결을 펼쳤던 둘의 맞대결은 양팀의 결승행을 좌우할 열쇠의 하나로 관심을 모았던 카드. 이전까지 철저한 무명이었다가 이번 대회들어 신들린 선방을 거듭해 온 이운재가 세계 최고의 골키퍼 칸에게 도전장을 내민 형태로 벌어진 이날 대결에서 둘은 팀의 승패를 떠나 기대 만큼의 플레이를 펼쳤다.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한 터에 두려울 것이 없는 이운재는 마치 든든한 바위와 같았다. 이운재는 전반 7분 베른트 슈나이더의 날카로운 오른쪽 센터링을 적극적으로 대시하며 잡아내 골문에 버틴 독일의 장대군단을 돌려세웠고 전반 17분에는 올리버 노이빌레의 강슛을 넘어지며 선방했다. 후반 8분에도 득점공동선두 미로슬라프 클로세의 헤딩을 침착히 막아낸 이운재는 경기 내내 날카로운 센터링을 받아 넣기 위해 독일의 거한들이 득달같이 솟구치는데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헤딩공세를 막아냈다. 다크호스의 도전에 움찔한 칸도 역시 이름값을 했다. 전반 9분 차두리가 오른쪽에서 밀어주자 이천수가 벼락같은 논스톱 강슛을 때려 넣었지만 칸은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몸을 날려 쳐 냈다. 골문을 향해 빨려 들어가던 볼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팬들이 일제히 탄식을 했던 결정적인 장면이 지나고 다시 8분이 흐른 뒤 박지성이 문전으로 치고 들어가며왼발 강슛을 날렸지만 칸은 다시 한번 가볍게 막아냈다. 둘의 치열했던 승부는 후반 30분 미하엘 발라크가 이운재의 일차 선방에도 불구 리바운드된 볼을 우겨 넣으면서 칸 쪽으로 기울었지만 이운재는 후반 34분 마르코보데의 대포알같은 중거리슛을 다시 선방하면서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독일이 결승에 진출하면서 야신상을 향한 승부는 칸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게 됐지만 골키퍼의 교본을 보여주는 듯 했던 칸의 선방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는 방어를 해 낸 이운재는 `아시아의 진주'로서 세계축구계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