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결승전 진출이 좌절됐다. 아쉽고 아쉽고 아쉽다. 그러나 우리 축구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기억한다면 그동안 달려온 길은 살아 있는 신화라고 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다. 돌이켜보면 이번 월드컵은 정말 축구 그 이상이었다.우리를 열광케 했고 하나 되게 만들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자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름은 이제 '한국인'이라고 불러 마땅하다. 4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하나하나가 '하면 된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일깨워주는 생생한 사례이기 때문에 그것은 더욱 값지다. 이번 월드컵은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방법론'을 우리에게 분명하게 제시한다. 세계가 놀란 한국팀의 체력은 바로 그런 것을 말해준다. 히딩크 리더십의 요체는 따지고 보면 그렇게 복잡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런저런 연고에 얽매이지 않고 실력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고 그들에게 철저한 훈련을 통해 기초체력을 굳건히 다지게 한 것이 4강 신화의 저변이다.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대표팀 감독이 어디 있었을까. 문제는 원칙에서 일탈(逸脫)하기 때문이지 그것을 몰랐기 때문이 아니었을 것이란 점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바로 그런 현상이 과연 축구대표팀 관리에서만 빚어졌을까. 얼마나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고 있는지를 우리 모두 차제에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이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 개최국 국민으로서의 도리를 다 해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들뜬 잔치 분위기를 떨쳐버리고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려는 자세다. 붉은 악마와 온국민이 보여준 수준 높은 응원문화는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을 게 분명하다. 그것을 어떻게 국가 이미지와 연결시키고 발전시켜 나갈지는 지금부터 우리가 할 일이다.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은 디지털 강국이며 고급품 생산국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이 참으로 좋은 기회다. 이런 호기를 놓치지 말고 기업들은 해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그래야 세계인의 가슴속에 '코리아 브랜드'를 확고히 새길 수 있다. 그것은 일류상품 수출국으로 발돋움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우리의 가능성이 어디 축구뿐이겠는가. 원칙에 충실하고 경제의 기초체력인 연구개발과 신상품개발 등에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나간다면 세계경제가 불안해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고 경제강국으로 당당하게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