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험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대한생명 처리 방향이다. 매각 과정에서 인수 후보자인 한화컨소시엄의 자격 시비가 다시 일고 있는 데다 가격 산정 기준 시점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의 대생 인수자격 시비는 나름대로 타당한 논리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때늦은 감이 있다. 8천억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화종금 대주주였던 한화가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은 보험업법 시행령에 맞지 않는다는게 매각소위원회 일부 인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화는 1천3백억원어치의 5년만기 증권금융채 인수를 통해 책임을 지려는 모습을 보였던게 사실이다. 그래선지 작년 10월 한화컨소시엄이 인수의향서를 냈을 때나, 실사가 진행되는 동안 직접적인 자격 시비는 없었다. 막바지 가격 협상 단계에서 뒤늦게 자격 시비를 제기하는 것은 매각 원칙 자체를 흔든다는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전윤철 경제부총리가 최근 한화 자격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려는 진화작업인 셈이다. 그렇다면 가격 문제가 남는다. 3조5천5백억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업을 헐값에 팔 수는 없다. 그렇다고 무리한 조건이나 가격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 보험사 가치는 보유계약의 미래가치와 신계약의 영업가치로 평가된다. 보유계약 가치는 위험할인율 자산운용수익률 사업비율 상품운용이율(예정이율) 보험금지급률 유지율 계약자배당률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미래 수익을 추정하고, 이를 현재 가치로 할인해 얻는다. 대한생명 입찰에 참여했던 미국 메트라이프사는 보유계약 가치를 마이너스로 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계약 가치는 기준 시점 직전 1년간의 신계약 가치를 평가해 앞으로 얼마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가를 따져서 얻는다. 반영해야 할 요소가 워낙 많아 계리 전문회사가 동원된다. 예금보험공사는 미국의 틸링해스트에, 한화는 미국 밀리먼사에 각각 평가를 의뢰했었다. 양측은 미래의 기업가치를 현재로 환산하는 할인율(discount rate)을 15%로 잡고 기업가치에 어느 정도 합의한 상태였다. 그런데 다시 가치평가 산정 시점을 작년 9월 말에서 지난 3월 말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수익을 많이 내고 있는 것을 가격에 반영하자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가격 산정 시점을 마음대로 바꾸는 것은 국제 입찰 관례상 적절치 못하다. 매각 시점이 늦춰지면 보험사의 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방카슈랑스 도입 등 급변하는 보험영업 환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적기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한생명이 매각될 수 있도록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노력할 때다. < ik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