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페인간 월드컵 8강전이 열리는 22일은 주요 기업 공장들도 대부분 생산라인을 멈추고 응원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10일 미국전 때처럼 사실상 임시휴업에 가까운 상태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요 격주휴무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많은데다 경기 시간도 오후여서 정상근무 뒤 귀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사내에 별도의 응원공간을 마련, 임직원들간 유대감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 CEO들도 관심 손길승 SK회장과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경기를 보기 위해 이미 광주로 내려갔다. 개막전부터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경기장을 찾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이번에 개인사정 때문에 가지 못하지만 자택에서 TV로 지켜볼 계획이다.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부회장도 경기장 인근의 금호타이어공장도 둘러볼 겸 경기장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회장과 정몽구 현대차회장 등은 경기장에 가지 않는 대신 가족들이나 주요 임원들과 함께 관전할 계획이다.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은 70여명의 지점장과 함께 광주 월드컵 경기장을 찾아 응원도 하고 결속도 다질 계획이다. ◆ 라인 멈추고 '대∼한민국' 22일 8시간짜리 정상조업을 실시할 예정이었던 LG전자는 경기시간중 주요 공장들의 라인을 대부분 세운다. 구미공장의 경우 오전근무, 창원공장은 오후 2시30분까지만 조업한다. 정보통신제품을 생산하는 서울과 청주사업장은 경기시간 2시간동안 한시적으로 조업을 중단한다. 금호타이어의 광주공장과 곡성공장도 마찬가지다. 쌍용자동차도 경기 시간에는 조업을 잠시 중단하고 공장 직원들이 식당에 모여 TV를 통해 경기를 공동관람케 할 계획이다. 그러나 기아자동차 공장들은 경기시간 중에도 정상 조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 가정과 거리에서 열띤 응원전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SK 한화 코오롱 등은 매월 2째주와 4째주가 격주 휴무일이어서 생산직 직원들이 아예 출근하지 않거나 오전 근무만 한다. 이들 기업 직원들은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TV를 시청하거나 도심에 나가 '붉은 악마'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한진 금호 등도 일단 정상근무체제를 유지하면서 오전근무만 하고 퇴근시킬 계획이다. 삼성은 대신 시청앞에 모여 길거리 응원을 펼칠 '붉은 악마'들을 위해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의 화장실 등을 토요일 오후에도 개방키로 결정했다. 한솔 효성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은 경기가 오후에 있는 만큼 현 근무체제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사내 체육관과 식당 등을 경기 시간에 직원들에게 개방하고 음료수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 휴무일 전환 현대백화점 부산점, 울산점, 울산동구점 등 영남지역 3개 점포는 당초 오는 24일로 정해져 있는 정기 휴무일을 앞당겨 22일 휴무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대백화점 영남본부 오진현 판매기획팀장은 "온 국민의 관심이 월드컵에 쏠려 매출이 오를 것도 아닌데 굳이 직원들을 고생(?)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점도 인근 신촌로터리에 10만명 이상의 시민이 모여 거리응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휴점키로 했다. 광주 신세계백화점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휴무일을 바꾸기로 했다. ◆ 한편에선 걱정도 갈수록 고조되는 월드컵 열기에 은근히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월드컵 기간중 해외 출장이나 배낭여행 예약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어 매출 감소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도 최근 파업 여파로 가뜩이나 생산 손실이 많은데 임시공휴일이 발표되거나 경기시간중 조업중단 압력을 받을까 걱정이다. 비단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더라도 월간 생산목표액 달성에 부심하고 있는 일선 공장장들도 월드컵 열기가 반갑지만은 않다. 모 전자회사 공장장 H씨는 "마음이야 한국팀이 승승장구해 우승까지 했으면 좋겠지만 생산량을 정상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측면에선 애로가 많다"고 토로했다. 백화점이나 극장가들도 TV와 거리에 손님들을 빼앗기는 바람에 유례없는 불황을 맞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