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안경상가인 남대문시장내 안경점들이 일본 고객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후 일본 고객이 부쩍 늘면서 안경점 수도 50% 가까이 증가했으나 올해 들어 일본인들의 구매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상인들은 1년 전까지 6,7만원을 웃돌던 안경값을 3만원대로 낮추며 고객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대문시장 명동 명동지하상가를 포함한 남대문관광특구에는 5백여개의 안경점이 몰려 있다. 이곳 상인들은 90년대 말부터 '남대문시장에 가면 일본의 10% 값에 안경을 살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일본 고객이 급격히 늘자 점포에 일본어 안내문을 붙여놓고 일본말을 할 수 있는 점원을 고용하는 등 일본인 상대 영업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일본에서 수년 전 2만엔 수준이던 중저가 안경값이 최근 5천엔대로 떨어지면서 일본 고객이 급감하고 있다. 한·일간 가격차가 좁혀지면서 남대문시장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것. 이에 상인들은 값을 1년 전의 절반 이하로 낮춰 가게문에 '렌즈 포함 3만원'이라고 써붙여놓고 있으나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고 있다. 남대문 상인들은 현재의 가격이 '한계상황'이라고 말한다. 이곳에서 15년째 라이프안경을 운영해온 양윤석씨는 "안경은 전문기술을 요하는 만큼 이것이 가격에 반영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가격을 더 내리면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도안경 황보상호씨는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판매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일본 고객 의존도가 높은 점을 문제로 꼽고 있다. 점포에 따라 다르긴 하나 남대문 일대에는 일본 고객 의존도가 50%에 달하는 안경점이 수두룩하다. 일본 고객을 붙들기 위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다보니 마진은 갈수록 작아지고 '남대문 안경은 싸구려'라는 부정적 이미지마저 생겨나고 있다. 전국 곳곳에 대형 안경할인점이 들어선 것도 남대문시장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남대문시장은 질 좋은 안경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란 인식이 더이상 먹혀들지 않게 된 것이다. 상인들은 남대문 안경상권이 살아남으려면 고급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명동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e아이닥의 김영근 대표는 "싸게 파는 것은 좋지만 '싸구려 안경'을 팔아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자칫 남대문 안경 전체의 이미지가 싸구려로 고착될 수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제대로 된 제품을 제값 받고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